[금융파업]기업, 단기자금 마련등 분주…첫날 타격적어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12분


기업들은 은행의 파업이 예상보다 강도가 낮은데 대해 일단 안도하고 있다. 전산망이 제대로 가동되고 모든 창구가 문을 열고 있는 상태여서 현 단계로서는 별다른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신용장 처리 등 무역과 관련된 업무는 은행측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 별다른 사고가 생겨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상황은 급격하게 악화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은행 창구 업무의 20%가 마비된 상태로 파업이 3일간 지속되면 무역금융 차질 규모가 6억1500만달러, 10일간 계속되면 21억5800만달러에 각각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업체들은 수출대금 등 외국환 거래가 정지되는 등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대외신뢰도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주거래은행 실무진을 찾아가 다짐을 받는 등 비상시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체들은 은행 창구 업무 차질에 대비해 △당장 필요한 단기자금 확보 △어음 만기 연장 △필요자금의 분산 배치 △파업불참 은행이나 외국계은행으로 자금이전 △무역금융 재점검 등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금융애로신고센터를 설치하고 회원사의 피해 신고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부서별로 필요한 단기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하고 추가 소요자금은 파업에 불참하는 은행과 거래한다는 대책을 세워놨다. 현대건설도 6월 한달간 유가증권 및 부동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으며 현대자동차는 수출 관련 업무를 앞당겨 처리했다.

삼성전자 장재관 홍보과장은 “은행 파업에 대비해 파업참가 은행으로부터 이미 ‘비상자금(현금성 자금)’을 인출해 놓았으며 협력업체 등에 대금지급이 필요한 경우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은행을 통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강동우 자금부장은 “충분한 내부자금이 확보되어 있는데다 대부분의 업무가 전산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전산시스템만 가동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협력업체에 지급할 납품대금을 선지급하고 단기자금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은행에 옮겼다.

대기업들은 금융전산업무가 중단되지 않는 한 외국환 거래 등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자금확보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 비해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체들은 금융노조 파업이 확산되는 경우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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