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훈/참전군인 지원 제대로 하라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40분


정부가 4일 ‘민주화운동 보상 및 의문사 규명 관련 시행령’을 의결함으로써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통받은 사람들이 보상받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킨 진정한 호국의 주역이자 민주수호의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6·25 참전용사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과 지원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처사라고 하겠다.

대부분의 호국노병들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법’과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이 제정됐을 때도 자신들에 대한 무관심과 홀대에 모멸감을 느꼈다. 그러나 참전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마련되면 위훈과 형평에 맞는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참전용사라는 명예에 자족하면서 참아왔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마련중인 참전군인 지원 관련 시행령은 참전용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재향군인회에서 요구했던 생계곤란 참전군인에 대한 지원금(생계보조비)이 매월 30만원에서 6만5000원선으로 하향 조정된 것을 비롯해 보훈병원 이용시 의료비 감면, 장제 보조비 등 모든 요구사항이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 수준대로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70만여명에 이르는 호국노병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는 것은 많은 국가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게 최고 2억원대에 이르는 보상금을 지급할 만큼 국가적 배려와 관심을 쏟았다면 사선을 넘나들며 조국을 지킨 참전용사들에게도 반드시 응분의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전시 군입대로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자식마저 제대로 키우지 못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령에 따른 노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정부의 참전용사에 대한 처우가 영구용 태극기 지급과 장제비 15만원 지원, 보훈병원 이용시 의료비 50% 감면, 고궁 및 공원 무료입장, 생계곤란자 보조비 6만5000원 지급 등이라면 구태여 참전군인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영구용 태극기를 지급하는 것 외에는 ‘생활보호법’과 ‘노인복지법’에 의해 대부분의 일반국민도 그 정도의 국가적 혜택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전에 휘말려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된 당사자나 유족들이 민주화의 유공자로 대우받는 것이 당연하다면 공산주의 침략으로부터 자유와 평화를 지킨 6·25 참전용사들은 그야말로 이 나라 민주화의 일등 공신으로서 그 공훈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참전용사들에게도 그 위훈과 형평에 맞는 국가적 배려와 국민적 관심이 있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하며 하루 속히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들과 형평에 맞는 응분의 보상과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훈(대한민국재향군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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