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파업 노정대화]"개혁 강행" "각료 퇴진" 맞설듯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25분


‘구조조정 원칙에 벗어난 타협은 없다.’(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경제각료 퇴진 없이는 파업철회 없다.’(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

7일 정부와 금융노조가 대화의 자리에 마주앉지만 현재로선 서로의 입장만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노조는 파업의 명분을 더 쌓아야 하는 반면, 정부는 일관된 구조조정 원칙을 노조파업으로 저버릴 수 없다는 입장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금감위측은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반대’를 파업 명분으로 내걸었던 노조가 ‘관치금융 철폐’로 슬로건의 범위를 넓히는 등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며 “파업불참 은행이 속속 늘어나 실제 강행할 경우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노조 지도부측은 이에 맞서 “경제각료 퇴진과 관치금융 철폐, 금융지주회사법 유보 등 우리가 내거는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예 파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관치금융청산 논란〓노조는 금융기관 부실원천이 순전히 관치금융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업 종금사 투신권 부실을 정책금융이란 이름으로 은행에 떠넘기고 모든 책임도 은행으로 전가시켰다는 것. 노조는 관치금융 철폐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부당한 정책요구에 대한 조사와 처벌, 고위관료 낙하산 인사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 제정을 공식 요구할 참이다.

정부로선 노조의 관치금융 운운에 대한 입장이 명백하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관치금융 철폐는 정부도 환영하는 소리”라며 “노조가 무엇이 관치인지 뜻도 모르고 파업명분으로 거창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의 관치금융 청산 모토는 노사교섭 사항이 아니라고 노조측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문제〓파업발단이 된 금융지주회사법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 전망이다. 노조는 재경부와 금감위가 추진하는 금융지주회사법은 인력감축과 조직축소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직원을 자르기 위한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것. 노조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졸속이라며 제정유보를 요구한 상태. 또 3년 동안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정부는 이 대목에서 노조파업의 실체가 명백히 드러났다고 판단한다.

이용근 금감위원장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에 대해 정부주도로 구조조정을 하되 지주회사 편입을 원하지 않는 은행의 경우 자구책이 타당하면 일정기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에 들어오기를 원하지 않는 은행을 강제로 지주회사로 묶을 생각이 없으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면 지주회사에 들어오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외견상으론 정부가 상당히 양보한 모습이어서 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관료 퇴진 요구 공방〓노조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 이헌재 재경부장관과 이용근 금감위원장이 우선순위 1번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용근 위원장이 은행구조조정과 관련해 말바꾸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들이 물러나고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을 주도할 인물이 들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협상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을 노조가 들고나와 공개선전장으로 활용한다면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고 염려한다.

<최영해박현진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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