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화 보상' 大義 걸맞게

  • 입력 2000년 7월 4일 18시 53분


대의(大義)를 위해 개인적인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많은 의인들이 너무 잊혀져 왔다. 더러는 목숨을 잃거나 불구가 되는 불행을 당했다. 더러는 직장을 잃고 실의와 방황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또 항거에 대한 보복으로 갖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권위주의 정권의 압제와 불의에 맞서 싸우다 희생을 치른 그들, 잊혀진 그들에 대한 국가의 보답이다.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을 맞이한 이후 건국 과정에서 과거 청산에 실패하고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한 불행한 역사를 기억한다. 이번 조처는 그런 의미에서 ‘건국이래’라는 의미 부여가 가능한, 획기적인 명예회복과 보상 절차를 담고 있다. 암울했던 시대, 독재와 불의에 항거해 깃발을 치켜들고 일신의 안일을 팽개쳤던 분들과 가족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유신 시대이래 5, 6공을 거치는 동안 투옥 등 수난을 당한 교육자 종교인 언론인 노동운동가 대학생 등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게 의료비 지원 혹은 생활지원금 보상금 등을 주고 명예회복의 길을 열어 준다는 것은 우리 당대의 의무이며 후세 역사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처다. 우리는 의인이 외롭지 않음을 후대에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국가 재정으로 치르는 보상인 만큼 대의에 걸맞고 의의를 훼손하지 않는 섬세한 심사와 집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멀리는 30여년 전까지의 사정을 파헤쳐 공과(功過)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공에 걸맞은 ‘적정 보상’이냐는 논란이 일 수 있다. 턱없이 미흡한 보상은 문제지만 행위에 걸맞지 않은 보상 또한 경계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도 제기된 한국전쟁 및 베트남참전 용사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 또 다른 갈등이나 생채기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80년대 후반 전교조 운동으로 해직된 경우와 노동 투쟁 과정에서 해직된 노동자들이 포함되는지, 특히 이른바 구사대(救社隊)의 폭력에 피해를 본 경우 등이 해당될지가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으며 실무적으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을 것이다. 모처럼의 민주화 투쟁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답이 그야말로 치밀하고도 ‘아름다운 보상’으로 매듭지어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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