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난타' 전용극장

  • 입력 2000년 6월 30일 19시 28분


영상매체와 인터넷의 홍수 속에서 문인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앞으로 문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인에게는 한 컷의 영상이 어떤 뛰어난 문장보다도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일 때가 많다. 문학의 난해함도 골치아픈 것을 싫어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영 맞지 않는다. 그래서 ‘문학의 죽음’, ‘문학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온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다른 문화예술 장르도 위기 상황에 놓이기는 마찬가지다. 문학은 그래도 전자책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할 여지가 있지만 연극 음악 무용 같은 공연예술은 그저 막막할 뿐이다. 시간이 돈이나 다름없는 현대 생활에서 공연예술은 그야말로 ‘원시적인’ 문화 장르다. 우선 공연을 보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 극장에 직접 가지 않으면 작품 감상이 불가능하고 극장을 오고 가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공연예술은 인류의 출발과 역사를 함께해 왔다. 원시시대에는 신과 자연에 대해 소원을 비는 주술(呪術)행사의 일환으로, 그 후에는 놀이와 예술의 형태로 단절 없이 지속되어 왔다. 이제 공연예술은 수명을 다한 것인가. 하지만 전망이 꼭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상대방을 대면하지 않은 채 의사소통을 한다. 외부와 고립된 상태에서 인터넷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해졌을 정도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인간적 체취를 그리워하게 되고 공연예술처럼 관객과 예술가가 직접 만나는 문화를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불황 중에서도 공연예술계에서 단연 성공을 거둔 작품이 ‘난타’다. 대사 없이 음악과 타악기소리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97년 초연 이후 40만명의 관객을 극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같은 전례 없는 빅히트를 발판으로 오늘 서울 정동에 ‘난타’전용극장을 개관한다고 한다. 1년 내내 한 작품만을 공연하는 국내 최초의 극장이다. 예술계에 불황의 어둠이 짙은 만큼 이들의 활약은 돋보인다. ‘난타’의 성공비결은 한마디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 관객과의 일체감이다. 난관에 부닥친 공연예술인들이 한숨의 나날을 보내기보다는 이들의 요모조모를 곰곰 따져볼 일이다.

<홍찬식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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