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임진강 댐

  • 입력 2000년 6월 28일 20시 29분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한 임진강은 강원도와 경기도 북부를 지나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서 한강과 합류해 서해로 흘러들어간다. 국토 분단으로 휴전선이 임진강의 허리를 자르면서 강 일대에 판문점 임진각 자유의 다리 등이 들어서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고 있다. 양안(兩岸)에는 지구상 최대의 화력이 대치하고 있건만 해마다 4, 5월에는 옆구리에 황금색을 띤 황복을 찾는 미식가들의 고급 승용차가 줄을 잇는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의 도읍지로 서울을 정한 이래 임진강은 수도 방위의 최일선이었다. 조선의 왕들은 북쪽에서 오랑캐가 쳐들어오면 임진강을 중심으로 방어 전략을 짰다. 조선왕조실록 인조편에 보면 1627년 금(金)나라가 침입하자 조정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는 가운데 윤방이라는 신하가 임진강 방어론을 펴 인조와 중신들을 설득한다. “임진강은 수심이 얕은 곳이 많아 수비하기가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성에 가까우니 어찌 포기하고 수비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96년 이후 경기 북부지역에 수해가 세 차례나 강타했고 작년에는 남북 모두가 임진강 유역에서 엄청난 수해를 당했다. 제방으로도 당해낼 수 없는 집중 호우에는 댐 건설이 홍수방지를 위한 최선의 대책이다. 댐을 세우자면 주변에 높은 산이 있어야 한다. 경기 북부지역은 대부분 평지라 댐 건설 적지를 찾기 어렵다. 임진강댐의 최적지는 북한이 관리하는 상류지역. 특히 동강댐 건설마저 좌초된 마당에 임진강댐 건설은 수도권 2000만 인구의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협 1호 사업으로 임진강댐 건설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최근 남북한 공동 댐을 건설하자고 북한에 제안했다. 정부는 작년 8월에도 북한에 임진강 수방(水防) 대책을 공동으로 수립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댐 건설로 생기는 이익을 나누어 가질 남북한 정부가 공동으로 수몰지역 북한 주민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댐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북한의 전력난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한이 이렇게 공동의 경제적 이해를 추구하다 보면 50년 분단의 상처도 서서히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황호택 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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