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취임1년 안정남 국세청장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요즈음 국세청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유행어는 단연 ‘마니산’이다. 강화도에 있는 이 산은 일찍이 민족의 성지로 알려져 왔다. 전국 체전의 성화를 매년 이곳에서 채집한다.

이 강화도 마니산이 국세청의 화두가 된 것은 안정남(安正男)청장 때문. 안청장은 지난해 5월 취임한 직후 바로 강화도 마니산을 찾아갔다. 세정책임자로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 였다. 안청장은 이곳에서 큰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도세정(正道稅政)이란 이름로 진행되고있는 세정 개혁의 기본 구상이 여기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마니산 결의가 있은 지 꼭 1년이 지났다. 마니산의 정기에 힘을 입은 탓인지는 몰라도 지난 1년 동안 국세청은 많이 바뀌었다.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우선 돋보이는 것은 지역 담당제를 철폐한 사실이다. 지역별로 담당지역을 정해 지속적으로 세원을 관리하도록 하는 이 제도는 징세에는 효율적이다. 문제는 비리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업자와 세무원이 서로 얼굴을 알기 때문에 뇌물이 오고갈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의 세무비리는 대부분 이 과정에서 생겨났다. 안청장은 비리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근본을 자르겠다며 지역담당제를 아예 철폐해 버렸다. 직원들로서는 일이 많아지게 됐다. 그러나 세무비리 혁파차원에서는 내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소득표준율 제도를 없애버린 일도 주목할 만하다. 세정 당국은 그동안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소득 규모에 관계없이 똑같은 세율을 적용해왔다. 장부를 체크해 보지도 않았다. 그러다보니 돈을 많이 버는 업체라도 표준과세대상자로 분류되면 일반 과세자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역대 많은 세정 당국자들이 모순을 개선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자영업자의 반대에 부닥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안청장은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도를 아예 없애버렸다. 모두 일반과세적용을 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간이과세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구조조정차원에서 전국 134개 세무서를 99개로 줄이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가장 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옥에 티라면 인사 편중시비가 계속 이어졌다는 정도.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안청장을 직접 만났다. 마니산 결의는 조금도 식지않은 상태였다. 안청장은 지난 1년간 세정의 기본 방향을 서비스 향상에 두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제도개선으로 탈세를 막겠다는 것. 실제로 이 방법으로 세금징수를 크게 늘렸다. 조직운영에 대해서도 철학이 뚜렷하다 “취임이후 100일 안에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공언했고 실제로 99일만에 조직개편 등 개혁을 이뤘다. 특히 사기로 뭉친 조직이기 때문에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승진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에서 각 부처에 주는 ‘인센티브’ 68억원 중 62억원을 국세청이 따왔을 정도다. 행자부와 협의를 통해 음지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 시험없이 과감한 발탁 승진도 시켰다. 예전에는 ‘자리’에 따라 승진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지방에서 근무하든, 한직에 있든 철저하게 업무 능력에 따라 승진을 시키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과감하게 도태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안청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까지 하드웨어를 구축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시기입니다. 찾아가서 민원을 해결해주는 납세 행정을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신용카드 사용을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정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혔다. 또 “부의 편법 증여나 상속 문제, 해외 국부 유출 문제, 부당 내부거래, 호화 생활자 문제 등은 ‘성역’ 없이 철저하게 단속하겠습니다”라며 의욕을 불태운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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