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25를 뛰어넘어 화해로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6·25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감회는 예년과 다르다. 바로 10여일 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고 교류와 협력을 다짐한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6·25의 유산을 청산하고 남과 북 사이의 화해와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터전을 마련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이 전쟁은 한반도 안팎에 얽히고 설켜 있던 복잡한 갈등구조의 산물이었다. 전후 세계적으로 전개된 동서대결의 중심에 서 있던 미국과 소련이 각각 한반도의 남반과 북반을 점령함에 따라 국제냉전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된 터에, 남과 북은 제나름의 이념적 갈등을 격화시킴으로써 전쟁 발발의 개연성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당시 소련의 세계전략에 따른 북한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됐다는 사실은 부인될 수 없다.

우리는 불행했던 전쟁의 회상 속에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고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을 기림과 아울러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동시에 민족적 화해를 역설하고자 한다. 마침 대결로 점철된 분단사에 새로운 고무적 장(章)을 열어놓은 이 역사적 전환점에서, 미래를 민주주의와 평화 및 번영이라는 긍정적 차원에서 남과 북이 함께 손잡고 건설하는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는 뜻이다.

그 방향은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는 한반도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며 군사력 증강은 계속될 것이다. 군비경쟁 속에서는 진정한 평화통일의 모색이 구두선에 지나지 않게 되며 한반도는 열강의 세력각축이 만들어놓는 틀 안에 매이게 된다.

평화협정은 분단과 전쟁의 직접적 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 및 중국 등 4자 사이에서 성립돼야 할 것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4자 회담이 비록 더디기는 하나 진행되고 있거니와 장차에는 러시아와 일본도 참가하는 6자 회담으로 확대시키는 방안도 추진할 만하다.

탈냉전 교류와 협력의 흐름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21세기의 이 시점에 남과 북은 이 국제적 추세를 적절히 능동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가 다시 열강의 패권다툼이 체제화하는 시대로 역전되면 우리 겨레의 자주적 역량 발휘는 제약받게 된다. 그러므로 남과 북은 각각 스스로 마음으로부터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화해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가도록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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