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M&A무조건 호재는 아니다

  • 입력 2000년 6월 14일 19시 33분


하반기(6∼12월)에 접어들면서 국내 인수합병(M&A)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개미군단은 ‘M&A 재료’에 냉정한 투자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권유가 만만치 않다. M&A 재료가 주가를 무조건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분한 투자가 낫다〓주식시장에서는 보통 M&A설이 나오면 주가가 올랐다가 M&A설이 확인되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세원텔레콤은 맥슨전자 우선인수협상자가 되기직전인 12,13일 상한가를 기록하다가 공시직후인 14일 하한가 가까이 추락했다.

또 국내 증시에서는 M&A 재료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M&A 재료 자체의 수익구조나 이해득실을 따지기 전에 ‘A업체가 B업체를 먹는다더라’는 설이 개인들을 흥분시킨다는 것.

어쨌든 개인투자자가 인수합병의 시너지효과와 적정 가치를 따져 투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LG투자증권 김영규차장은 “선진국처럼 증시에서 인수합병이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투자하기도 쉬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M&A, 과연 호재인가〓우량은행간 ‘짝짓기설’이 분분한 가운데 한동안 은행업종 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렸다. 코스닥시장의 세원텔레콤은 증권거래소의 맥슨전자 우선인수협상자가 될 것이라는 설로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나 3월중순 ‘3자 합병설’이 퍼지면서 결국 네이버와 ‘2자 합병’을 발표했던 새롬기술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합병 이후 수익모델에 논란이 제기됐고 인터넷무료전화 다이알패드사업 수익성도 나쁘다는 지적이 가세한 결과였다.

대신경제연구소 심충보투자전략실장은 “인수합병 업체의 주가는 지분경쟁과 시너지효과 등이 작용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통합효과가 불투명하다면 시장의 반응이 차가울 수 밖에 없다는 것.

▽M&A, 호재가 되려면〓보통 M&A시장은 증시가 안정적으로 상승할 때 활발해진다. 이 경우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측과 이를 방어하려는 존 대주주간의 싸움이 주가 상승의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한누리증권 김근욱과장은 “제조업체의 경우 피인수업체의 부채비율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대형 상장사들은 영업이익에 비해 부채규모가 커 인수합병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피인수업체를 제값에 샀느냐는 적정가치 평가도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대주주 지분이 적은 인수업체가 시너지효과를 앞세워 피인수업체를 비싸게 샀다면 소수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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