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배종태/인터넷기업 수익 모델

  • 입력 2000년 6월 11일 18시 30분


미국의 대표적 창고형 할인점 체인인 C사는 고객들이 매년 40달러씩 납부하는 회비 수입으로 운영된다. 할인점이 판매수입이 아닌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이처럼 일반 상식과 다를 수도 있다.

인터넷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 제조업보다 훨씬 다양하다. 30대 초반에 10억달러의 재산가가 된 빅네트워크닷컴의 공동창업자 존 행크 사장은 “모든 사업은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성공의 기본은 우선 비즈니스 모델이 좋아야 하고 좋은 사람을 모아야 하며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 문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기본을 최고경영자들이 자주 잊어버려서 생긴다.

제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비교적 단순하다. 싸고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아 이익을 내면 된다. 그러나 ‘공짜’가 넘쳐나는 인터넷 분야에서 기업들은 상품 마진이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인터넷 기업은 상품의 종류는 물론 유통방법(오프라인 판매냐 온라인 판매냐)과 지불방법(유료 또는 무료)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폭이 매우 넓다.

인터넷 기업의 수입 창출 모델은 크게 광고 수입과 콘텐츠 판매 수입, 기타 다양한 거래 수입 등으로 나뉜다. 배너광고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포털 사이트들은 대부분 이를 통해 수익을 낸다. 미국의 경우 인터넷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2%에 불과하고 성장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인터넷 광고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그러나 일부 사이트를 제외하면 인터넷광고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벤처 캐피털이 신규로 투자하는 경우도 드물다. 미국 전체 인터넷 광고시장의 규모는 P&G의 1년 광고비 수준밖에 안된다. 그나마 인터넷 광고시장의 75%를 톱10 사이트가 차지하고 있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A씨는 “후발업체의 인터넷 광고 모델은 한계가 있다”며 “역시 인터넷에서는 상품이나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콘텐츠 판매는 기대를 모았던 수익창출 모델이지만 실적이 아직 미미하고 소액 판매시의 수금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인터넷으로 5달러짜리 콘텐츠를 팔고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하면 카드사 수수료와 인증 수수료 때문에 본전도 못찾는다. 연회비 1만6000달러를 내야 볼 수 있는 벤처원 서베이 자료나 유료 구독자에게만 콘텐츠를 제공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제외하면 온라인으로 콘텐츠 자체를 판매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가장 실속있는 것은 인터넷 상거래 및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판매수입 △증권이나 경매 등 각종 중개수수료 △기술을 제공하거나 마케팅 서비스 등을 통한 로열티 또는 서비스요금 △회원 가입비 수입 등 다양한 모델이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들은 여차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준비가 돼 있다. 네트워크 경제 하에서 각 기업은 공급자와 수요자, 파트너를 포함한 전체 공급 사슬의 관점에서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해야 한다.

“우리는 3개월마다 다른 회사가 된다”는,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이베이 경영진의 말은 변화와 경쟁이 실리콘밸리를 늘 활기차게 만든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케 한다.

배종태(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미국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ztbae@gsb.stna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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