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어떡하죠?]손봉호/예절-도덕교육은 가정서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청소년 전문가들이 쓰는 ‘우리아이 어떡하죠?’는 매주 금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분은 청소년보호위원회 신가정교육팀(02-735-6250)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전혀 버릇이 없어요. 인성교육이 전혀 안되어 있습니다.” 자주 듣는 어른들의 푸념이다. 그러나 “선생님댁 아이들은 예의 바르게 자랍니까? 인성교육을 위하여 얼마나 투자하십니까?”라고 질문하면 태도는 달라진다. 상당수 부모들은 속으로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에 예의, 도덕, 준법 같은 것을 가르쳐 놓았다가는 굶어죽기 꼭 알맞지” 라고 한다.

과외비용은 세계에서 최고인데도 인성교육은 우리 부모들의 안중에 없다. 그 결과 문맹률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경제력은 세계에서 12번째 강국인데, 청렴도는 세계에서 50번째로 거의 꼴찌고, 사회는 정치인의 거짓말과 시민운동가, 교수의 성폭행 그리고 자식의 부모 토막살해로 얼룩져있다.

인성이란 막연하게 인간이면 마땅히 가져야 할 자질로 이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착하고, 인내하며, 사려 깊게 말하고 행동하면 인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좀더 따져 보면 그런 자질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 더불어 평화롭고 조화롭게 사는 데 요구되는 소양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살려면 우선 직접, 간접으로 서로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아야 하고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인 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바로 그것을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사회가 예의 도덕 법률 같은 인위적인 제도를 만들어서 모든 구성원들이 지키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살기 위해 모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소극적 조건들인 것이다. 더 나아가 누가 적극적으로 자기를 희생하고 사랑을 베푼다면 공동체는 훨씬 더 평화롭고 조화롭게 되겠지만, 최소한의 조건들은 무시하면서 하는 희생과 봉사는 위선이 될 위험이 많다. 인성교육은 더불어 살기 위한 교육이며, 구체적으로는 예절과 도덕 교육이며, 준법정신을 심어주는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인성은 어릴 때 형성돼야 하고, 따라서 가정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가고, 여든까지 갈 버릇은 세살 때 만들어진다. 굽은 나무는 어릴 때 바로 잡아야지 나이가 들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을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 아니다.

인성은 지식과는 달리 말과 글로 교육되지 않고 부모와 주위사람들의 본을 받아 주로 형성된다. 무례한 부모가 예의바른 자녀를 기를 수 없고 서로 싸우는 가정에서 더불어 살 수 있는 인품이 형성되기 어렵다.

손봉호(서울대 교수·사회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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