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민병욱/평양가는 길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39분


‘뱃길 땅길에 더해 하늘길도 열어보자.’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평양에 비행기를 타고간다는 소식이다. 회담 준비접촉에서 남북 양측은 “남북간에 판문점을 통한 육로(陸路)나 물자수송과 금강산관광을 위한 해로(海路)는 이미 열렸으니 이번엔 공로(空路)를 트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은 12일 남측대표단 130명 및 취재단 50명과 함께 한국 민항기 2대로 서울공항을 출발, 이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89년 남북교류협력 기본지침이 시행된 이후 99년말까지 남한주민의 북한방문은 금강산관광을 제외하고 1405건이 이루어져 1만1321명이 북한땅을 밟았다. 금강산관광객은 지난해까지 15만8628명이었다. 이들이 왕래한 길은 단 세가지. 주로 남북 당국자들이 이용한 판문점 통과 육로, 금강산관광객과 대북지원단이 이용한 해로, 그리고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방법이었다. 아직까지 서울에서 평양으로 바로 비행기를 타고 가 내린 사람은 한명도 없다. 역사적 정상회담만큼이나 교통수단도 역사적이다.

▷사실 남북간에는 ‘대구항로관제소와 평양항로관제소간의 관제협정’이 발효돼 항공로는 개설돼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일본의 직항로에 이용됐다. 같은 민족의 하늘이면서도 제 민족은 마음껏 다니지 못하고 다른 나라 항공기에만 길을 열어주는 ‘안타깝고 부적절한 현상’이 3년째 지속돼왔다. 그런 차원에서 평양방문단의 서울∼평양 직항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이제 남북 양측이 마음만 먹으면 육 해 공 어느 길이든 다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의 평양방문에 이어 북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동차길, 뱃길, 그리고 비행기길에 이어 기찻길을 김국방위원장이 이용하면 남북간의 왕래에 모든 교통수단이 다 동원되는 것이고 그 의미 또한 심대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 ‘철마도 달리고 싶어한다.’ 평양정상회담에서 그런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봄직하다.

<민병욱논설위원>min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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