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현대차 반격에 담긴 속뜻은

  • 입력 2000년 6월 1일 14시 07분


정주영 정몽구 정몽헌등 현대그룹 3부자( 父子) 퇴진발표로 종결 국면을 보이던 이른바 현대사태가 이번에는 현대자동차 '반격작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이사회가 ' MK(정몽구) 받들기'에 총대를 짊어지면서 상황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대자동차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재신임을 결의했다.

현대자동차 이사회가 정몽구 회장의 재신임을 결의한 것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결정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것으로 해석,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 이사회는 이날 "정몽구 회장은 지난 5월 17일 이사회에서 결의한 현대차 그룹 분리방침에 따라 현대차와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책임전문경영인으로서 현대차 대표이사 회장직을 계속 수행할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를 요약하면 현대차는 이사회 라는 공식기구를 통해 "우리는 정몽구회장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천명한 것이다.

그러면 현대차 이사회는 무엇을 위해 자칫 왕회장(정주영씨)의 속을 뒤집어 놓을수 있는 이같은 단체행동을 결행했을까.

◆"더이상 물러설 자리 없다"는 소외감 팽배

무엇보다도 현대자동차 사내에 흐르는 '소외감'과 '절박감'이 폭발일보 직전까지 갔다는 것이다.

이른바 MK(정몽구)사단은 이번 3부자 퇴진발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정몽구 회장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것을 대사(大事) 파악의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른바 '왕자의 난'이라고 표현됐던 지난번 권력다툼에서 왕회장이 장자를 제쳐두고 정몽헌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들에게는 단순한 충격 그 이상이었다.

MK(정몽구)사단이 "이번만은 뒤로 물러설수 만은 없다"고 배수진을 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부자가 함께 퇴진하는 것 자체만해도 자신들(MK사단)에게는 용인할수 없는 대목이지만 유독 "정몽헌 회장은 계속해서 대북사업을 진두지휘 할것"이라는 이번 발표는 이미 죽이고 살릴 시나리오가 정해졌다고 현대자동차측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유동성 위기 공동책임은 안될말"--MK 사단

현대자동차 핵심관계자가 "이번 구조조정위원회의 발표는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현대그룹 유동성위기가 정몽헌 회장이 관할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등에서 촉발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현대자동차가 공동책임을 질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올들어 수입과 수익이 크게 늘고 있다"며 "지난 98년에 인수한 기아자동차도 1년여만에 법정관리 탈출에 성공해 6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우량회사로 키울만큼 현대차의 전문경영인들은 실적면에서 지탄받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욱이 이미 여러차례 강조한대로 현대차가 그룹에서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고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이른 시점에서 구조조정위원회가 정몽구 회장의 퇴진을 거론한 것은 "현대자동차의 실질적인 오너도 바꾸겠다"는 시나리오가 있는 것이라는 시각을 MK측은 갖고 있다.

게다가 이번 발표에서 현대자동차에 또다른 자동차 전문경영인을 영입할것이라는 내용도 현대차의 강공책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MK측근들은 이를두고 " 우리를 모두 물갈이 할것이라는 고사(枯死)작전 아니냐"까지 확대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동원<동아닷컴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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