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남북 단일팀

  • 입력 2000년 5월 29일 19시 28분


국가간 스포츠교류는 관계 개선이라든가 화합과 같은 결과를 낳는 게 보통이다. 규모가 큰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이나 선수가 보이는 뛰어난 솜씨는 ‘국가의 힘’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들의 묘기에 다른 나라들이 어떤 정치적 외교적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스포츠교류와 경쟁이 다른 분야의 경쟁과 달리 편안함을 주는 이유는 바로 스포츠의 본질이 중립적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관계에서 스포츠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남북한은 그동안 스포츠를 매개로 수십 차례 해외와 판문점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도쿄올림픽을 한해 앞둔 1963년 스위스에서 열린 단일팀 회담이래 평양세계탁구 단일팀 회담,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서울 아시아경기 단일팀 회담, 서울올림픽 관련 회담, 베이징아시아경기 단일팀 회담, 통일축구회담, 세계탁구 및 청소년축구 단일팀 회담 등등. 회담 형식이야 민간 차원이었지만 실제로는 당국간 경쟁이었다.

▷1990년 통일축구회담 성공이전까지 남북스포츠회담은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회담이 중단됐다고 해서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회담 실패 책임 전가의 성명으로 끝이 났을 뿐이다. 그러나 성공한 경우의 설렘과 흥분은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하늘색의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로 공동 응원을 했던 19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 및 평양과 서울에서 개최된 통일축구, 단일팀으로 출전한 1991년 일본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는 스포츠의 역할을 다시금 확인시키지 않았는가.

▷스포츠계가 요즘 활기찬 모습이다.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에 따라 스포츠교류도 급진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북통일농구와 같은 행사 차원의 교류를 포함해 축구 및 탁구 단일팀과 공동 훈련, 경평축구 복원 등 여러 계획을 추진중이다. 때마침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장은 김대중대통령에게 9월 시드니올림픽과 내년 세계탁구에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할 것을 제의하는 서신을 보냈다. 물론 올림픽 단일팀 성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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