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덕성 위기' 어디서 오나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386세대 신진 정치인들 및 교육부장관 일행의 '광주 술판'에 이어 지난 총선에서 낙천 낙선운동을 주도했던 총선시민연대의 주요인물이 나이 어린 여대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곤혹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그들은 거의가 도덕성과 선명성을 앞세운 '개혁 일꾼'으로서 국민 일반의 지지와 기대를 받아온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보인 얕은 역사의식과 도덕적 해이, 믿기조차 어려운 이중적이고도 파렴치한 행태는 실로 우리 모두를 절망하게 한다.

개혁을 말하려면 적어도 그에 합당한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국민이 그들의 '개혁'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지지하고, 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치열한 시대정신과 도덕성에 기반을 둔 자기희생의 정신, 그리고 굳건한 실천의지를 갖추고 있으리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그같은 믿음이 크면 클수록 믿음이 무너질 때의 실망과 분노와 절망도 크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혁을 말하는 자'들의 도덕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럴 때 '개혁'은 자칫 불신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그것은 곧 사회적 위기이기도 하다. 모든 가치는 이기와 탐욕, 부정의와 거짓에 굴종하고 사회공동체는 붕괴한다. 우리가 작금에 나타난 일련의 사건에 큰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국가사회적 위험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일부 386세대 정치인 및 몇몇 지도층인사들의 분별 없는 행동이나 특정 시민운동가의 파렴치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들 또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정치인이든 시민단체든 철저한 자기검증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모든 젊은 정치인이나 시민운동단체, 나아가 사회 각 부문의 건전한 개혁세력까지 도덕적으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오히려 청산대상인 '흠 많은 자'들이 때를 만난 듯이 목청을 높이며 진정한 개혁을 훼방하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우리 모두 이 사회 전체에 번지는 도덕성의 위기가 어디에서 오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그것은 정치권력의 신뢰성의 위기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 거짓말과 말 뒤집기, 정략과 야합으로 이어지는 현집권층의 정치행태는 모든 도덕성 위기의 근원이 아닌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한 권력은 개혁을 말하기 어렵다. 지금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개혁의 위기, 그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깊이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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