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이슈분석]투신사 자금이탈이 기업자금경색의 주범

  • 입력 2000년 5월 26일 16시 23분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의 자금이탈을 막아라'

공사채형수익증권으로부터의 자금 엑소더스가 현대그룹 등 기업 자금경색 및 금융시장불안의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지적에 공감하고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 수신이탈을 막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신사로부터의 수신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주초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주중 발표하겠다는 스케줄에서 다소 앞당긴 것이다.

투신사에 확정금리형 상품이나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금감원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없지만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새한그룹 워크아웃신청에 이어 현대그룹의 자금난으로 이어지는 기업 자금경색의 근본원인은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과 은행 금전신탁 수신고가 바닥을 모르고 빠지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주요 매수처는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과 은행 금전신탁이다.

그런데 작년7월 대우사태이후 투신사의 공사채형 수익증권은 가파른 감소추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행 금전신탁도 비슷한 처지.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은 금년들어 지난달까지 40조원이 감소한데 이어 이달들어 20일까지 6조1천억원이 더 줄었다. 은행 금전신탁 감소추세도 계속돼 이달들서만 3조4천억원 감소했다.

공사채형수익증권과 금전신탁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확정금리를 주는 저축성상품등 은행 고유계정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은행고유계정은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사줄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IMF사태후 거의 대부분 무보증으로 발행되고 있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위험가중치는 100%이다.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는데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이들 회사채나 CP를 매수할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밀려드는 자금으로 위험가중치가 0%인 국채나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안증권, 또는 위험가중치가 낮은 공사채를 주로 사고 회사채나 CP매수는 피하고 있다.

회사채나 CP를 매수해줄 곳이 없어진 것이다.

이같은 회사채 및 CP매수기반 약화는 회사채와 CP시장의 마비를 불러왔다. 이로인해 초우량기업을 제외한 대다수의 기업들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와 CP를 차환발행하지 못해 자금사정이 나빠졌다.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자 시장에 불안심리가 높아지고 시장이 더욱 경색되고 기업자금사정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투신사 공사채형수익증권 및 은행 금전신탁 자금이탈 원인은 투신사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및 구조조정을 주도해온 정부 정책의 신뢰성 저하에도 원인이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 고객들이 원금마저 까먹을 수 있는 변동금리 상품보다는 확정금리 상품을 원한다는데 있다.

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장에 신뢰를 주는 정책집행으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이같은 고객 선호도 변화에 부응하는 상품을 투신사에 허용함으로써 수신기반을 강화해줘야 한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민병복 <동아닷컴 기자> bb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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