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民意를 존중하라

  • 입력 2000년 5월 23일 19시 29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관계 복원으로 여야관계가 다시 경색되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복원이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따르고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는다"고 한 지난달 24일의 여야 영수회담 합의에 정면 배치되는 처사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여권측은 "인위적 정계개편은 한나라당 의원을 빼내 가는 것을 의미하며 자민련과의 공조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이번 여권의 공조복원은 입장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논의의 본질은 지난번 4·13총선에서 표출된 민의(民意)가 무엇이냐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 민의는 분명히 여소야대(與小野大)와 한나라 민주당의 양당구도로 표출됐다. 자민련과 민주당의 공조관계 복원은 그같은 민의를 뒤집고 인위적으로 여대야소와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3당구도를 만드는 모습이 된다. 여기에 이미 4명의 무소속 의원을 영입한 민주당은 무소속의 정몽준(鄭夢準)의원 등을 더 끌어들여 과반수 의석인 137석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인 것 같다.

더구나 여권은 공조 '뒷거래'로 자민련을 위해 현재 20석인 원내교섭단체 하한 의석수를 15석으로 낮추고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부의장은 자민련출신이 맡는다는 시나리오까지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는 여권이 이처럼 민의를 뒤집는 정계개편을 왜 꼭 하려 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여소야대라고 해서 정국에 혼란이 온다는 주장은 88년 13대 여소야대 국회의 경험만 되살려봐도 전혀 설득력이 없다.

13대 국회에서는 5공특위, 광주민주화운동특위 등 각종 특위활동과 의원들의 적극적인 의정참여로 모처럼 의회민주주의의 꽃이 핀 시기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과거에는 총 제출법안의 20%도 되지 않던 의원발의입법이 이때는 61%나 됐다.

민의는 아랑곳없이 어떻게든지 정국 주도권을 휘어잡겠다는 생각에서 '힘의 논리'와 '수(數)의 정치'에만 집착하고, 여기에다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교섭단체 의석수까지 무리하게 낮추려 한다면 정국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정국이 그렇게 돌아가서는 대화와 타협, 상생(相生)의 정치가 설 자리가 없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주의만 확산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민련 수뇌부의 '속임수'와 '거짓말'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불길처럼 번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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