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곽수일/좀 더 대접해야 할 지구촌 소식

  • 입력 2000년 5월 21일 19시 44분


일반적으로 우리 국민은 서울을 세계적인 도시로 생각하고 있다. 어디를 가나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시내를 달리는 차량으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대표적인 국제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서울처럼 국제화에 뒤떨어진 곳도 드물 것이라고 한다. 물론 외형적으로 보면 번지르르하게 국제적일지 모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외국인에게는 너무나 뒤떨어진 도시이다. 한 예로 서울이나 부산에 얼마나 많은 외국음식점이 있나 돌이켜보자. 여기서 일식이나 서양(미국식) 음식점을 빼놓으면 별로 외국음식점이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결국 서울은 겉으로는 국제적일지 모르지만 생활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리끼리 우리의 생활방식의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지역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 생활환경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반면에 국제적 변화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하거나 강 건너 불 보듯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예로 얼마 전에 우리 국군이 동티모르에 치안유지를 위해 파견될 때 많은 국민은 왜 갑자기 동티모르에 군인들이 파견되는지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티모르 사태는 지난 수십년간 동티모르의 독립을 위한 투쟁이 계속된 결과로 나온 것으로, 마치 우리가 일제치하에서 독립하기 위해 독립 투쟁한 것과 같이 주민들이 억압을 받으며 싸운 결과로 독립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지난 주 동아일보의 국제보도를 보면 15일(월요일)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폭죽창고 폭발을 A1면에 조그맣게 싣고 있고, 같은 면에 카이로 시내에서 6층 건물 붕괴에 대해 작게 다루고 있다. 16일에는 A1면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유혈 사태를 톱 기사로 다루고 있다. 17일에는 일본 모리 총리의 발언 파문을 A1면에 다루고 있고 18일에는 시에라리온 반군지도자 체포가 A1면에 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주 국제 뉴스를 돌이켜보면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국경분쟁이 격화되고 있고, 스리랑카에서는 타밀족이 정부군과의 접전으로 민간인 부상이 속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멕시코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75년만에 야당이 대통령으로 당선돼 정권교체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란에서는 이제까지 이슬람 보수파들에 의한 통치에서 서서히 개혁이 이루어지며 생활방식이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큰 뉴스도 있다. 더욱이 17일 LA 타임스는 광주항쟁 20주년 기사를 그 의의와 더불어 크게 다루고 있다.

동아일보가 여러 면에서 앞서고 있지만 특히 국제뉴스 면에서 더욱 넓은 안목을 가지고 우리 국민에게 국제적 감각을 일깨우고, 국제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앞서서 해설하는 언론이 되어야 하겠다.

인터넷 시대에 세계가 한 지붕 밑에서 살고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으므로 언론보도는 이런 관점에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곽수일(서울대 교수·경영학과)sunney7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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