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종교와 관련해서 응답자의 49%가 자신의 부모세대만큼 신앙심이 깊다고 대답했고, 21%는 부모보다 더 신앙심이 깊다고 대답했지만, 그들이 원하는 신은 신학적인 신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포용력 있는 신이다. 미국인들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락한 존재라서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청교도적 믿음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선하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75%였다.
미국인들은 또한 기독교의 십계명 같은 도덕적 절대가치들에 대해서도 회의를 품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때로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무려 60%나 되었다. 이것은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신학자 성 오거스틴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주장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도덕적 절대가치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옳고 그른 것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90%는 성인이 된 자식들이 부모를 돌볼 도덕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고, 84%는 세금신고내용을 속여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성적인 면에서도 미국인들은 성의 즐거움보다 가정생활의 즐거움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신의 십계명보다 자신의 자율성을 더 중시하는 미국인들은 대중매체들이 쏟아내는 성적인 메시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성과 결혼에 대한 보수적인 사고방식이 자율성을 파괴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질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기업을 세워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미국인들은 자신과 자식들의 미래에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하루에 세 시간이 더 생긴다면 그 시간에 일을 하기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조사결과에 의하면 자율성은 분명히 무정부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미국인들은 자율성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제도와 관습을 파괴하는 대신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을 밟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introducti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