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찾기' 길 뚫리나?

  • 입력 2000년 4월 26일 19시 22분


남북한 가족찾기사업을 하는 서울의 유니온커뮤니티라는 회사가 한빛은행과 북의 고려상업은행 그리고 금강산국제그룹을 연결해 다음달부터 남북가족찾기와 대북송금업무에 나선다는 보도다. 관계당국은 아직 확정단계가 아니라는 신중한 반응이지만 그같은 공식채널이 열린다면 남북한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부터 물꼬를 트기 시작한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교류현황을 보면 지금까지 생사확인 1900여건, 서신교환 5200여건, 제3국 상봉 470여건이 이뤄졌고 그 수치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같은 남북한 이산가족 교류는 대부분 비공식채널이나 브로커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그 비용이 많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기사건을 비롯한 각종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유니온커뮤니티측 발표대로 된다면 이제 남북한 이산가족찾기운동은 그런 부작용 없이 더욱 투명하고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측이 그같은 공식채널 개설에 합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대한 북한측의 태도변화로도 볼 수 있다. 이번의 경우 북한측은 특히 종전처럼 선금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생사확인을 먼저 해주고 난 후 돈을 인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6월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문제를 우선 해결하겠다는 우리의 주장에 호의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직은 유니온커뮤니티와 금강산 국제그룹의 북한측 상대가 불투명한 모양이다. 이 때문에 남에서 북의 친지에게 송금한 돈이 제대로 들어갈지,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이 틀림없이 이뤄질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북한측이 정말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성의를 갖고 있다면 좀더 투명하고 분명한 자세로 나올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산가족들은 자신들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번만은’ 하는 기대를 가졌으나 그런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버린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다. 또한 ‘이산가족찾기’ 공식채널이 가동되더라도 이산가족 서로간의 소외감이나 실망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이산가족들에게 생사확인의 경우 그 비용중 일부인 80만원을 지원해 주기로 했으나 이산 1세대 중에는 노령으로 전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든 이번의 경우에도 800만 이산가족들에게 더 이상 실망과 배신감을 주지 않도록 당국이나 관계회사측은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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