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곽수일/경제문제 심도있게 다뤘으면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56분


옛날의 양반교육을 비판하는 이야기이다. 즉 예전에 양반교육은 어렵고 재미없고 실생활과는 동떨어져 실용성이 적은 것을 열심히 가르쳤고 이런 것들을 열심히 배우면 양반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이것과는 정반대로 교육의 내용이 쉽고 재미있고 또 실생활에 유익한 것들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사이 신문이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뉴스를 통해 국민을 교육하고 이끌고 나가고 있다. 또 국민들은 신문이라는 교육매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평생교육의 기회를 얻고 있다. 이같이 신문이 단순한 뉴스매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평생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기관으로서 평가를 받는다면 신문기사의 내용은 쉽고 재미있고 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것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주 신문기사들을 돌이켜 보면 크게 남북회담, 총선후의 정국전망, 그리고 증권시장의 폭락이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들중 남북회담이나 총선후의 정국전망은 어떤 구체적인 사안이 되기 보다는 대부분의 정치학자들의 분석과 같이 각각의 경우의 남북이나 여야가 어떻게 대응할 것이라는 개념적인 이야기들이다. 이런 내용들은 동아일보답게 많은 면을 활용하여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결국 기사나 분석내용을 자세히 읽어 볼수록 더 많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더욱 예리한 정치적 판단능력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 생산성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총선이 지난 이상 이제는 경제문제가 더욱 심도있고 광범위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 17일에 주가폭락을 기점으로 단순히 국내 증시붕괴 우려만을 다룰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증권투자에 대한 기본적 분석이 있어야 하겠다. 한 예로 주가폭락으로 손해를 봄으로써 신용거래를 하다 깡통구좌가 된 것이나, 증권투자에 실패함으로써 자살을 기도하는 사태가 빈번이 일어나는 것을 사례로 국민들에게 증권투자의 위험을 일깨우는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까지 동아일보의 경제면은 증권과 부동산에 치우쳐 있는 모습이다. 생활경제의 측면에서는 증권과 부동산도 중요하지만 그외에 생활속에 직면하게 되는 모든 경제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또 생활에 유익하도록 다루어 주어야 하겠다. 한예로 주가하락과 관련해 과연 우리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지 또는 삼성자동차 매각이 우리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며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이 단순히 기사가 아니라 기사 속에 설명이 돼야겠다.

지난 주 경제면에 벤처기업에 대한 긴급진단은 요사이 주가 거품론과 연계해 도움이 되는 기획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증권관계에 한정된 것이고, 앞으로 벤처기업의 성패에 따라 소비구조나 소득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도 분석돼야겠다. 지난 17일 동아닷컴 특집은 비록 기본적이지만 디지털 혁명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유익한 경제기사라 하겠다. 앞으로 동아일보에서 쉽고 재미있고 유익한 생활경제 기사에 많은 지면이 할애될 것을 바란다.

곽수일(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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