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코스닥 공모주청약때 '예상실적' 따져보세요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지난해 코스닥등록을 위해 공모주청약을 실시한 기업의 예상실적이 실제 결산실적보다 적어 ‘예상실적 부풀리기’의 정도가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기업이 장밋빛 전망만을 내세워 이익을 너무 높게 잡았고 주간증권사가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 이에따라 공모가가 실제 기업가치보다 높게 결정돼 개인투자자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를 본 것.

▼실제와 30%이상 차이도▼

▽대부분 실제이익이 적다〓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모주청약을 실시한 12월결산 코스닥기업은 88개로 이중 64개(72.7%) 기업의 사업설명서상 추정경상이익이 실제 결산경상이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참조) 특히 도원텔레콤 코삼 등 17개기업은 실제이익이 추정경상이익보다 30% 이상 적었다. 반면 삼지전자는 실제이익이 추정치보다 73%나 높게 나왔다. 사업설명서는 공모시 투자자들에게 참고자료로 제출하는 안내서로 추정실적은 발행기업과 주간증권사가 협의해 결정한다.

▽발행기업의 실적 부풀리기〓지난해 코스닥시장이 초활황세를 보이자 등록희망기업들은 향후 사업전망을 지나치게 낙관하고 예상실적을 제시했다. 경쟁입찰이 실시돼 낙찰가능성이 불확실한데도 마치 낙찰받은 것처럼 처리하거나 현실성이 없는 광고수입을 포함시켜 매출액과 경상이익을 부풀린 것. 대규모 마케팅비용을 공모후에 임의적으로 집행한 기업도 있다.

A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발행기업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됐을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회사측 전망의 60∼70%까지 할인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간증권사도 힘못써▼

▽주간증권사가 끌려다닌다〓20개가 넘는 증권사가 모두 기업공개업무를 하다보니 증권사간 수주 경쟁이 붙어있다. 일부기업은 증권사간 경쟁을 붙여 공모가를 높게 평가하는 기업에 주간사업무를 맡기고 있는 실정.

B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상황과 경쟁기업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면 발행기업이 다른 증권사를 주간사로 선정해 낭패를 본 일이 있다”며 “발행기업의 입장을 생각해 공모가를 분석결과보다 높게 잡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高價공모로 투자자손해▼

▽개인투자자만 손해〓공모가는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토대로 결정된다. 자산가치는 재무제표에 나타난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비교적 개관적이지만 수익가치는 향후 2년간 경상이익을 예상해 결정하기 때문에 자의성이 높다. 추정경상이익이 실제보다 적다는 것은 공모가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것이어서 공모주청약에 참가한 개인투자자들은 실제보다 높은 가격에 공모주를 산 셈.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사업1년째 추정경상이익은 결산실적의 50%, 2년째는 40%에 미달하면 3∼6개월 동안 유가증권인수 업무를 제한하고 있지만 편차비율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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