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구의 날 창설 넬슨 "경제성장과 환경보전 함께"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30년 전 ‘지구의 날’을 처음으로 제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게이로드 넬슨 전 미국 상원의원(83)은 요즘도 ‘야생협회(The Wilderness Socie-ty)’ 고문으로 환경운동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8일 오후 그의 워싱턴 사무실을 방문, 지구의 날과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었다.

―지구의 날 서른돌 기념행사가 이번 주말 열립니다. 30년 전에 비해 국제환경실태가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사람들이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훨씬 많이 깨닫게 됐지만 인구증가와 각종 공해, 개발을 앞세운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 등으로 지구환경은 종전보다 훨씬 악화됐습니다.”

―지구의 날의 유래에 대해 말씀해주시지요.

“60년대만 해도 굴뚝 연기는 번영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환경 오염신호가 나타나고 있었죠. 정부에 즉각 환경문제를 제기했고 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환경탐방’이라는 이름으로 11개주를 방문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환경운동이 국가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국적 행사를 준비했지요. 70년 4월 22일 2000만명의 미국인이 워싱턴 등 전국에서 환경보호를 요구하는 가두행진을 벌인 것을 계기로 지구의 날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구의 날이 이룬 업적을 꼽는다면….

“70년 지구의 날 제정행사를 계기로 지구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정치권에서 인식하게 됐습니다. 정부에 환경전담기구가 생겼고 대기청정법과 수질청정법,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보호법 등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선 경제개발 추진과정에서 환경문제가 소홀히 다뤄지는 게 사실입니다. 경제개발과 환경보전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돈이 중요하냐, 환경이 중요하냐는 개도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의 부(富)라고 하는 것은 결국 그 나라의 공기 물 토양 숲 지하자원 강 호수 바다 경치 동식물 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모든 경제행위가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지요. 단기적 이윤에 집착해 환경과 생태계를 마구 파괴한 뒤 이를 장부상에 흑자로 기록한다면 어리석은 일입니다. 경제성장은 환경을 보전해가면서 추진해야 합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모든 사람이 환경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지만 정치인과 정책입안자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합니다. 강력한 환경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민간차원에서 환경보호 운동을 전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아일보사는 ‘그린 스카우트’ 운동을 통해 학생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를 위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

“동아일보사가 그린 스카우트 운동을 고안해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은 매우 훌륭하고 놀라운 일입니다. 어릴 때부터 환경을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언론은 국민에게 환경이 왜 소중하고, 후대를 위해 어떻게 환경을 보전해나가야 하는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넬슨은 1948년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해 연방 상원의원과 위스콘신 주지사 등을 지냈다. 1981년 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뒤 미 야생협회를 통해 줄곧 환경운동에 관여해왔다. 미국정부는 1995년 9월 수십년간 환경운동에 기여해온 그의 공로를 인정, 민간인 최고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수여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