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選良(선량)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29분


選良은 ‘選擇賢良’의 준말이다. ‘良’은 賢良(어질고 착한 사람)이므로 選良이라면 그런 사람을 뽑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賢良이 꼭 ‘어질고 착한’ 사람으로만 채워졌던 것은 아니었다.

옛날 漢(한)나라 때 관리를 선발했던 기준에 孝廉(효렴)과 賢良方正이 있었다. 孝廉은 효성이 지극하고 행동이 청렴결백한 사람을 일컫는다. 옛날에는 그런 사람도 얼마든지 관리가 될 수 있었다. 즉 각 州郡(주군)의 長이 孝廉으로 이름난 사람을 조정에 천거하면 그 중에서 선발했다. 14일자에 소개한 ‘選擧’다. 따라서 孝廉에서 중시되었던 것은 그 사람의 ‘品行’이었다.

그러나 賢良方正은 文墨材學(문묵재학·시나 문장 따위의 재주)이 기준이 되었으므로 品德 보다는 才能이 위주였다. 이 때문에 재주는 있어도 品行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섞여있게 마련이었다.

비슷한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조선 中宗(중종)은 趙光祖(조광조·1482∼1519)의 건의로 賢良方正科를 두어 관리를 선발했다. 국정개혁 차원에서 재주와 품행을 겸비한 인물을 선발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選良’으로 줄어지더니 요즘은 ‘國會議員’을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4·13 選擧를 통해 도합 273명의 選良이 선출되었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에도 불구하고 일부 品行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포함되어 있는 모양이다. 아무리 지금의 선거가 ‘品德’이 주요 척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國政을 맡고 있는 직책이라면 道德性은 강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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