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님비현상이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법치주의가 확립돼 있고 공동체 의식이 투철한 선진국에서도 님비현상은 곧잘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극단적인 지역이기주의가 횡행하면서 공동체를 지탱하는 필수시설의 건립을 방해하고 국책사업의 발목까지 붙잡고 늘어지는 사례는 드물다. 더구나 이같은 님비현상이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권한이 커졌고 주민들의 발언권이 크게 강화된 결과다.
▷지자체의 님비현상이 축산농가의 구제역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보도다. 축산물 가공공장이나 도축장이 있는 시군(市郡)이 구제역 발생지역의 가축반입을 거부하고 있어 정부의 소 돼지 수매가 차질을 빚고 있고 이로 인해 축산농가의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박태준(朴泰俊)총리가 직접 나서서 축산물 반입을 지시하고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이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반입거부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농림부관계자는 “구제역 발생지역 가축이라지만 실제로 구제역에 걸린 돼지가 아닐 뿐더러 운송과정에서 철저한 방역을 하는 데다 도축 후 부산물은 매립처리하기 때문에 구제역 전파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역설한다. 그런데도 일부 시군에서는 막무가내라니 우리 공동체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어떤 군(郡)에서는 같은 도(道)의 이웃 군에서 발생한 재앙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 이웃과 공존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인가.
<김용정논설위원> 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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