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면된 전과도 공개해야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공개하게 돼있는 총선 후보들의 전과기록을 어디까지 공개하는 게 옳은가.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면되거나 형(刑)이 실효(失效)된 경우까지를 모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검찰은 사면된 경우 등의 전과기록까지 선관위에 제공하는 데에 법적 문제는 없는지를 검토해 협조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자세다. 또한 일부 후보들은 사면 등의 경우까지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후보들의 전과기록은 국회가 지난달 논란 끝에 선거법을 개정해 병역 및 납세자료와 함께 공개를 의무화한 것이다. 그 취지는 말할 것도 없이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면 또는 형이 실효된 경우도 공개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다고 본다. 문제는 다른 경우에는 공개하지 못하게 돼있는 그런 전과를 선거때만 ‘정보제공’을 이유로 공개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가에 있다.

선관위의 입장은 확고하다. 일반 전과조회때처럼 사면을 받았거나 형집행의 종료 또는 면제후 5∼10년이 지나 형이 자동실효된 경우를 제외한다면 후보의 전과공개 제도를 만든 의미가 흐려져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개정된 선거법이 이 부분을 분명히 정리해 규정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해석상의 논란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치현실을 고려하면 선관위의 해석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역대 정권은 그럴듯한 정치적 이유들을 내세워 사면권을 남발해온 것이 사실이다. 현정부 출범후에도 벌써 여러차례의 특별사면을 통해 많은 정치인들이 사면의 혜택을 입었다. 그것도 주로 정경유착의 대표적 유형인 대형 뇌물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인사들이 근신은커녕 이번 총선에도 대거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그들은 전과마저 공개되지 않는 반면 이보다 경미한 사안인데도 형실효기간이 지나지 않아 출마조차 못하는 인사가 있다면 과연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사면된 정치인 중에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대상이 많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사면 또는 형이 실효된 경우까지 전면공개하는 것이 선거개혁을 위해 더 바람직하다는 관점에서 검찰의 전향적 검토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병역 및 납세자료의 경우에도 후보 본인이 제출한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관위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활발한 검증을 통해 거짓신고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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