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미국의 對日배상 소송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위한 배상소송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국인 변호사 에드워드 페이건. 그는 나치에 협력한 독일회사들을 상대로 52억달러,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재산을 숨겨온 스위스 은행들을 상대로 12억5000만달러의 소송을 낸 주인공이다. 그가 이제 2차세계대전때 미군포로들을 강제 노역시킨 일본의 미쓰이 미쓰비시 일본제철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는 외신보도다.

▷미국 내에서 제기된 이 같은 집단소송은 알려진 것만 하더라도 18건이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측의 입장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강화회의를 통해 미국이 일본의 모든 배상책임을 면제해준 것 아니냐는 것. 이는 일본정부가 한일(韓日)협정을 들먹이며 ‘한국의 어떠한 개인청구권도 모두 소멸된 상태’라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소송을 제기한 측은 국가대 국가의 문제를 조정한 것과 개인청구권은 전혀 별개라고 강조한다. 일부 인사들은 미국이 그동안 일본을 동맹국으로 너무나 중시했기 때문에 그 같은 배상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못했다며 미 정부에 직접 ‘화살’을 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는 주로 중국인 2세들이 앞장서 활발한 대일(對日)배상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어렵게 미국으로 이주해온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일제의 잔학상을 전설처럼 전해 듣고 자라온 세대이다. 그래서인지 98년에는 한 중국인 2세가 쓴 ‘난징 약탈’이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미국과 연합군의 포로, 중국 난징대학살사건피해자 등에 대한 개인배상문제에는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사단법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회장 김종대·金鍾大)가 91년 12월 도쿄(東京)지방법원에 일본정부를 상대로 개인피해배상과 미불임금지급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 5∼6월경 선고공판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에 따르면 일본주둔 연합군 사령부가 일본정부에 공탁하도록 한 대(對)한국인 미불 임금은 약 9000만엔으로 그동안의 물가인상분을 감안하면 약 12조8000억원에 이른다. 일본의 양심을 다시 한번 지켜본다.

<남찬순논설위원> 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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