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매디슨市 사례보도]'저실업-저물가' 美경제 비결은?

  • 입력 2000년 3월 12일 19시 49분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완전고용은 임금상승을 불러와 물가상승을 촉발하는 커다란 요인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에 인플레 위험이 있다며 금리인상을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것도 경기가 과열돼 있다는 판단과 고용시장의 인력부족 때문.

미국이 저실업률과 저물가라는 병행하기 힘든 두가지를 모두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같은 의문과 관련 미국 내에서 실업률이 가장 낮고 사람들이 가장 미국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위스콘신주 매디슨시를 모델로 현재 상황을 속속들이 파헤쳤다.

시의 공식발표 실업율은 1.2%이지만 사실상 실업률은 0%에 가깝다. 수잔 바우만 시장 등 고급공무원이나 기업체 사장들은 ‘완전고용’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에 앞서 인력난 때문에 한숨을 내쉰다. 시의 직업안내센터에 설치된 컴퓨터에 나이와 경력 등 개인신상 자료를 입력한 뒤 일자리를 문의하면 수백개의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이직과 전직을 막으려고 기업마다 사원 가족들의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있다. 재택근무자에게는 첨단 통신망 설치, 자동차 무상 수리, 엔진오일과 타이어 교환, 신규 주택구입시 보조금 지급 등 갖가지 유인책이 있다.

그래서인지 매디슨시에서는 고전적인 경제학이론대로 수입을 극대화하려고 직장을 옮기는 일이 별로 없다. 회사를 옮기려는 경우는 과거 직장과 비슷한 일을 하되 승진할 수 있는 경우 정도. 인력정보 조사기관인 QTI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이직률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말그대로 완전고용 상태인데도 임금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완전고용’ 상태인데도 노동시장이 쿨렁거리지 않는 것은 근로자들이 보수적인데다 정에 치우친 직업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은 본래 친숙한 환경이거나 가족들이 전에 다니던 곳과 비슷한 일을 하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한다는 것. 제조업체인 멜스터 캔디스사의 경우 신규 직원 모집을 직원들의 가족이나 친지 등을 동원해 겨우 해결했다.

상당수 기업의 직원들은 직장을 자주 옮기기보다 한 직장에서 대를 잇거나 가족 친지들이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또 ‘서브 제로 냉장고’회사처럼 지역 공동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직장에 다닌다는 명예의식이 급여상승 등 경제적 유인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이같은 현상은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 뿐 아니라 생명공학이나 하이테크 업체에도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매디슨시의 이런 현상들은 장기 활황 속의 미 경제에서 특수한 예가 아니라 오히려 전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로 ‘저실업률 저인플레’라는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곳에도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높아 홈리스 보호센터에 주거를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그러나 이들중 3분의 1은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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