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고개숙인 억대스타들 "PO선 몸값 해야지"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누가 몸값을 제대로 했을까.

프로스포츠에서 연봉은 개인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

이런 의미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해당 구단은 물론 팬의 기대를 한몸에 받을 수밖에 없다.

올 시즌 프로농구 등록 국내선수는 모두 128명. 이중 1억원 이상의 연봉은 18명으로 전체선수의 14%에 해당한다. 98∼99시즌 15명에서 3명이 늘어났다.

양경민(삼보)과 박재헌(LG)이 억대 연봉 대열에서 빠진 반면 군복무를 마친 전희철(동양)과 우지원(신세기)이 억대 연봉에 복귀했다. 이밖에 올시즌 1억 연봉에 새로 진입한 선수는 주희정(삼성·1억500만원), 신기성(삼보), 오성식(LG·이상 1억원) 등 포인트가드 ‘3인방’.

신인왕 출신 주희정과 신기성은 빠른 드리블과 어시스트로 팀을 4강에 올려놓으며 몸값을 했고 LG 노장 오성식도 ‘움직이는 병원’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어려운 팀의 살림꾼으로 제몫을 다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억대 ‘터줏대감’중에 올 시즌 전체 선수 연봉에 비해 활약이 적어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SBS의 ‘저승사자’ 정재근과 ‘이동 미사일’ 김상식이 바로 이 경우. 루키 김성철까지 가세해 시즌초 4강은 문제없다고 큰소리치던 SBS가 막판까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 원인은 1억1700만원으로 팀내 최고 연봉선수인 정재근과 김상식의 부진.

문제는 이들이 농구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질병인 허리와 발목통증 이외에 이렇다할 부상이 없는데도 부진한 것.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라는 코칭스태프의 권고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는 정재근은 높이뛰기선수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골밑에서 손쉬운 레이업도 자주 놓친다. 올 시즌 10경기 결장에 평균 득점 9.2로 지난 시즌 15.1득점에 비해 뚝 떨어졌다.

김상식도 출전 시간이 적어지며 장기인 3점슛마저 자신감을 잃어 득점이 13.5점에서 8점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에서 둘이 약속이나 한 듯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반면 정인교(기아)도 사정은 다르지만 같은 부류에 속한다.

지난 시즌 삼보의 전신인 나래에서 기아에 트레이드된 뒤 슬럼프에 빠진 정인교는 올 시즌을 재기의 기회로 삼았으나 팀성적이 부진한데다 지난달 2일 동양전에서 난생 처음으로 왼쪽 발목부상을 당해 정규리그 9게임째 결장한 채 재활 훈련중이다.

이들에게 남은 기회는 플레이오프뿐.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만큼 코칭스태프도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밖에 없기 때문.

정인교는 “지난 시즌이 생애 최악인 줄 알았더니 올 시즌이 진짜 최악”이라며 “유종의 미가 어떤 뜻인지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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