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중도환매 요청 쇄도…투신사 지난달 1조5000억 "팔자"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환매물량 때문에 주식을 팔 수 밖에 없어요”.

최대 기관투자가인 투신사들은 지난달 주가가 빠지는 가운데서도 주식을 내다 팔기에 급급했다. 주가가 급락하자 간접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더 손해가 나기전에 서둘러 환매요청을 해댔기 때문.

∇투신사 지난달 1조5000억원 ‘팔자’〓주가가 바닥을 기던 지난달 투신사들은 1조5242억원어치를 순수하게 매도했다. 외국인들이 1조1155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개인도 1125억원어치를 샀지만 유독 투신사는 지수하락과는 상관없이 주식을 처분했다. 내다판 종목도 삼성전자 포철 현대전자 LG전자 한전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대형우량주가 대부분. 주식형펀드에서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는 기관투자가들로서는 핵심블루칩을 내다팔 수밖에 없었다.

∇환매공세가 ‘주범’〓투신사들이 주식을 처분한 이유는 투자자들의 환매공세를 버틸 수 없었기 때문. 주식형 수익증권으로는 돈이 안 들어오고 주가침체로 펀드에 들어있는 돈마저 빠져나가자 투자자들이 중도에 환매하면 펀드에 들어가 있는 주식을 내다팔아야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외견상으로는 지난달 투신사 주식형펀드로 2조8795억원어치가 순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주식투자와는 상관없는 후순위채펀드나 하이일드펀드를 감안하면 실제 주식형 규모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실제로 주가가 급락하면 초조한 투자자들은 중도환매수수료를 물고서라도 주식형펀드에서 밀물처럼 빠져나가 투신권 투매사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승장 투신환매가 ‘갈림길’〓지난해 주식형펀드의 순증규모는 무려 50조원. 대우채 파문으로 공사채펀드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면서 주식형펀드가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주식형 편중’이라는 기형적인 투신사 펀드구조가 올들어 수급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호 대한투신 주식운용부장은 “주가가 오를수록 투신권의 환매요청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가 급등했지만 920-930선 매물부담이 만만찮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도환매는 신중히〓주식형펀드나 뮤추얼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의 잔잔한 흐름에 대해서는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뮤추얼펀드야 만기가 1년인 폐쇄형펀드라 1년까지는 돈을 찾을 수 없지만 주식형펀드는 3개월이나 6개월을 넘어서면 환매수수료가 없어 이 기간이 지난후라면 언제든지 인출이 가능하다. 다만 중도에 돈을 찾으면 환매수수료로 이익금의 상당부분을 물어야 한다. 최대문 현대투신운용 이사는 “투자자들의 단기성향이 펀드 조로(早老)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펀드매니저에게 믿고 맡기고 때로는 인내해 줘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영해기자> money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