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상장社 대부분 株價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아

  • 입력 2000년 2월 24일 19시 39분


‘차라리 회사문을 닫고 남은 재산을 분배하는 편이 낫다.’

거래소시장이 투자자들에게 버림받자 많은 상장기업 IR 담당자들은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다. 지금 당장 회사문을 닫고 청산해도 현 주가보다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만큼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뜻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종목을 매수해야 한다고 추천하는 증권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거래소시장의 전통적인 ‘가치주’가 코스닥시장의 ‘성장주’에 완전히 밀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

▽주가가 청산가치보다 낮다〓대우증권이 관리종목과 자본잠식상태 및 대우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466개 상장기업(12월 결산법인)의 지난해 6월말 반기결산 실적을 토대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조사한 결과 평균 0.62로 나타났다. PBR은 기업의 주가를 순자산가치(총자산-총부채)로 나눈 것. 현재 상장기업의 평균주가는 순자산가치의 62%에 불과해 거래소기업을 모두 청산해도 주주들은 현재의 주가보다 38%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 주가가 청산가치의 10%(PBR 0.1)에 미달하는 회사도 충남방적 등 7개나 있다.

분포를 보면 10∼20%인 기업은 32개, 20∼30%는 57개, 30∼40% 49개, 40∼50% 58개, 50∼60% 39개, 60∼70% 26개, 70∼80% 19개, 80∼90% 16개, 90∼100% 17개 등이다.

100%(PBR 1)가 넘는 기업도 126개가 있지만 SK텔레콤 데이콤 한별텔레콤 등 대부분 정보통신관련 기업이다.

반면 코스닥기업의 PBR은 새롬기술 1145.3 한통프리텔 108.2 한통하이텔 92.1 등으로 거래소기업보다 훨씬 높다.

▽가격형성 왜곡〓삼성증권은 아세아제지를 예로 들어 현재의 성장주 장세로 인해 거래소기업의 주가형성이 지나치게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아세아제지의 22일 종가는 4730원(시가총액 285억원). 이 회사의 올해와 내년 예상순이익은 285억원이며 지난해 6월 기준 총자산은 3000억원, 총부채는 1500억원이다.

즉 현시점에서 285억원을 들여 아세아제지 주식을 모두 사들여도 2년이면 수이익으로 모두 원금을 회수하고 2년후 회사를 청산하면 최소한 1500억원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삼성증권 장우진 애널리스트는 “거래소시장에는 절대주가가 5000원대에 불과한 종목이 상당수 있지만 코스닥시장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0을 넘을 정도로 고평가돼있는 회사가 즐비하다”며 “주가가 왜곡돼 시장의 축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있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거래소 및 코스닥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산업의 중심이 정보통신 및 인터넷쪽으로 흘러가고 있어 PER PBR 등 기존 잣대보다는 주가매출액비율(PSR) 등 미래성장성 기준을 적용해 주가를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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