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양승목/판세분석등 총선기사 돋보여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5분


선거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흔히 ‘경마보도’를 지적하고 있다. ‘경마보도’란 선거를 마치 경마대회 중계하듯 승부에 초점을 맞춰 흥미 위주로 보도하는 것을 말한다. 유권자의 흥미에 영합하려다 보니 ‘경마보도’는 자연히 딱딱한 정책보다는 화제가 되는 인물이 중심이 된다. 요즘처럼 공천 결과에 관심이 많은 때에는 특히 인물 중심의 ‘경마보도’가 성행할 소지가 크다.

그렇더라도 최근의 언론보도는 지나치게 인물 중심이다. 모든 신문이 거의 매일같이 한두 면을 총선 후보자에 관한 기사로 채우고 있다. 어느 지역에 아무개가 공천신청을 했다느니, 아무개는 아무개의 도전을 받고 있다느니 하는 식의 이야기다. 시시콜콜한 이런 기사들이 과연 16대 총선의 역사적 의미를 헤아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를 일이다.

동아일보도 마찬가지로 이런 형태의 인물중심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데, 때로는 재미조차 느낄 수 없는 ‘지면메우기’식 보도를 대할 때도 있다. 민주당의 16대 공천 신청자 명단을 전면 게재한 9일자 A8면이 그런 경우이다. 역사적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아까운 지면을 손쉽게 때우려 했다는 혐의를 면키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지난주 동아일보의 총선보도는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1인1표의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연합공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10일자 A3면의 ‘안개 속 3당 판세’ 기사는 새롭게 전개된 시계 제로의 총선국면을 잘 분석하고 있다. 또 여야간 경제정책의 차이를 선거쟁점으로 보도한 11일자 A4면의 ‘경제공방’ 관련 기사와, 선거국면에서 잊혀지고 있는 대형 미제사건을 사회면 톱으로 처리한 9일자 A31면의 ‘총선 보인다 꼭꼭 숨어라’ 박스기사도 수작이었다.

일반 독자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8일자 A3면의 ‘민주당 여론조사’ 관련기사는 신중해서 좋았다. 총선이 안개국면에 들어가면서 여론조사가 더욱 범람할 터인데 이런 때일수록 언론은 신중해야 한다. 8일자 대부분의 신문이 여론조사 보도의 기본수칙조차 무시한 채 호남지역 현역의원에 대한 지지도조사 결과를 교체지수까지 제시하며 도표로 상세히 보도했지만 동아일보는 구체적인 통계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조사과정과 절차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민주당의 당내 ‘물갈이’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었다.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으로 ‘물갈이’와 ‘세대교체’가 유난히 강조되는 이번 총선에서 썩은 피를 대신할 신선한 새 피로는 단연 ‘386세대’가 꼽히고 있다. 언론도 여기에 적극 동조하고 있는 셈인데, ‘475세대’를 뒷전으로 밀쳐놓을 만큼 ‘386세대’의 정치적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검증한 적은 없다. 이런 점에서 11일자 A3면의 ‘수도권 공천 386세대 편중’ 기사와 A7면의 ‘386세대가 제몫하려면’이라는 칼럼이 그런 논의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양승목<서울대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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