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말

  • 입력 2000년 2월 11일 20시 21분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남북문제에 대한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의 말은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한다.이는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북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어떠한 경우에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9일 일본 도쿄방송 회견 발언과 이를 비난한 자민련 한나라당의 반응은 결과적으로 자중지란(自中之亂)의 어리석음 인 것 같아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통령은 도쿄방송 회견에서 김정일(金正日)북한노동당총비서에 대해 "지도자로서의 판단력과 식견 등을 상당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이례적 평가 는 남북문제를 풀어가려면 김총비서와의 대화 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현실인식'하에 남북정상회담을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내에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보인다. 물론 상대와 대화를 하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대결구도를 완화하고 평화공존과 통일을 이뤄나가는데 있어 남북정상회담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는 데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반세기를 넘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끊임없이 지속된 북측의 도발과 그에 대한 남측의 대응에서 비롯된 국민일반의 대북관(對北觀) 및 안보의식 등을 고려할 때 김대통령의 발언이 과연 '현실적 적합성'을 지녔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민 의식에 혼란과 혼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김대통령의 발언이 아무리 외교적 발언이라 해도 과도한 평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은 "대통령과 이 정권의 안보의식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대통령은 98년 2월 대통령 취임사 이래 지금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을 희망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1월20일 민주당창당대회에서는 16대 총선 공약의 성격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고 이번의 도쿄방송 회견도 시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제껏 이에 대해 아무런 공식반응이 없다.

거듭 말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문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려는 김대통령의 '의지'를 탓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결코 조급하게 서둘 문제는 아니다. 남북문제는 국가적 민족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 행여 정권적 차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의제로 삼는다면 득(得)보다는 실(失)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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