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大選주자 경제참모의 실수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48분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 예비후보 경제 자문역을 맡고 있는 케빈 해셋은 낙관론자다. 그는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36,000까지 올라간다는 약간은 허황된 내용의 ‘다우 36,000’이라는 책을 최근 공동으로 집필해 출간했다.

공화당의 또 다른 예비후보의 경제 자문인 로렌스 린제이는 비관론자다. 그는 미국의 경제적 번영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대대적인 감세안을 주장하고 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그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감세안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적 번영이 지속되지 않는 한 감세는 필연적으로 재정적자를 불러오기 때문에 대규모 감세안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낙관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낙관론자인 해셋이 부시의 자문역을, 비관론자인 린제이는 매케인의 자문을 맡아야 옳다. 그러나 놀랍게도 해셋은 매케인을, 린제이는 부시를 돕고 있다.

부시의 경제 참모진은 96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밥 돌의 참모진이 했던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의 참모진은 대부분 돌의 참모 출신이다. 이들은 비관론자들이지만 득표를 위해 학문적 소신과는 달리 대규모 감세안을 들고 나왔다.

해셋은 ‘다우 36,000’을 펴내기 전까지만 해도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재정경제학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던 그가 제목은 멋있고 아이디어는 독창적일지는 몰라도 약간은 어리석은 내용의 ‘다우 36,000’을 집필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36,000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러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경제학적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해셋은 급하게 책을 쓰면서 실수를 범한 것 같다.

해셋은 어떻게 매케인의 경제자문으로 선택됐을까. 다행스럽게도 매케인이 ‘다우 36,000’을 읽고 그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매케인이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정책자문을 희망하고 있는 공화당 성향의 학자들 대부분은 가장 유력한 예비후보인 부시의 눈밖에 날 경우 다시는 워싱턴에 발을 들여 놓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 매케인의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해셋은 그러한 위협에 굴복하지 않은 몇 안되는 재정경제학자 가운데 한명이었다.

우수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부시에게 몰리고 있다. 반면 매케인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정치권에서 떨어져 있는 사람중에서 자문역을 구해야 했다.

정말로 우울한 과정이다. 이것이 ‘그랜드 올드 파티(Grand Old Party)’라고 불리는 공화당의 참 모습인가.

<정리〓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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