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백신접종 사고?

  • 입력 2000년 2월 6일 19시 49분


경남 진주에서 난지 2개월된 남자아기가 B형간염 백신을 맞은 후 이틀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이 그렇듯이 사망원인이 반드시 백신 예방접종 부작용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아기에게 소아마비, 홍역-볼거리-풍진,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 등 1년에 몇 차례씩 예방접종을 해야만하는 부모들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들어서만도 벌써 네 번째 사고다. 보건당국은 이중 한 건만 공식적으로 백신 부작용에 따른 사고임을 인정했다. 나머지 사고들은 영아 돌연사 등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백신 부작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백신 부작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부모들의 불안감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또 그러기에는 사고발생이 너무 잦다. 지난달 27일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까지 나서 백신 예방접종 부작용 대책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고는 또 발생했다. 원인이 분명치 않다는 소리만 되뇌일 때가 아니다. 이러다가는 아기에게 백신 맞히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될 지도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접종 부작용의 위험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치명적이라며 백신 접종 기피현상을 우려한다. 하지만 자꾸 사고가 나는 판에 아기를 걱정해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부모 탓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부부터 백신 접종 부작용을 줄일 가시적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지금까지를 보면 보건당국은 사고가 나면 같은 회사 제품을 쓰지 못하도록 전국의 병의원에 봉함 봉인 조치를 취하고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그동안 봉함 봉인 조치를 취했어도 일선 병의원에서는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문제의 백신을 그대로 접종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또 역학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도 높지 못하다. 백신에 대한 관리와 지도가 모두 엉성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보건당국은 최근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고체계를 단일화하고 역학조사에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참여시켜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또 신속한 원인 규명을 위해 백신사고 전문위원회 를 상설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번을 계기로 백신접종의 관리와 지도체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젖먹이 아기의 부모를 계속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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