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영식/무역적자 확대 막으려면

  • 입력 2000년 2월 2일 19시 10분


요즈음 환율이 1120원대로 떨어져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계속 떨어질 추세이다. 만약 1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2년 전처럼 다시 국제수지적자(무역적자)가 크게 늘어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 올해 1월중 무역수지(통관기준)는 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IMF 경제위기 이후 26개월간 연속 지속돼온 월간 무역흑자 행진이 멈추었다. 외환당국은 환율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과감하게 외환시장의 투기자금을 견제해야 한다.

지난 2년간 높은 연평균환율(98년 1399원, 99년 1190원)은 635억달러의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을 740억달러에 이르도록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도 1360억달러의 외채가 있으며 외화 획득은 우리 경제발전의 절대적 요인이므로 적정 환율을 유지해야 된다.

환율이 높으면 수출상품의 가격(외화)이 싸져 수출량이 증가하고 수입가격이 비싸져 수입이 적어진다. 수입은 국내수요이기 때문에 수출보다 가격탄성치가 크고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액은 급감한다. 98년 연평균환율 1399원은 97년에 비해 47%나 인상된 결과 수입액이 36%나 줄어들어 390억달러의 무역흑자가 창출됐다. 99년은 환율이 1190원으로 하락해 수입액이 전년대비 28%나 증가해 무역흑자 규모가 245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요즈음 환율이 2년전 IMF사태 이전으로 환원되는 추세이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지난 2년동안 환율이 높았기 때문에 수출물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달러환산 수출금액은 적어지는(J 커브) 현상으로 5개월 동안 수출금액은 적어지고 지난해 11월에야 환율 인상전의 수출액보다 많아졌으며 환율이 추세대로 1000원이하로 떨어지면 수입증가와 수출감소가 이어질 것이다.

그간의 사정을 보면 무역흑자가 계속 적립되고 기업의 외자도입으로 외환보유액이 누적돼가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견하는 외국의 투기자금이 증시 등으로 유입되고 외환보유 기업들의 달러 투매 등으로 1200원선의 환율이 1120∼1130원선으로 하락했고 앞으로도 계속 하락하게 돼있다.

작년에 1190원의 연평균환율이 유지된 것은 10% 이상의 경제성장 달성에 크게 기여했으며, 금리도 역사상 처음으로 한자릿수를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경상이익이 사상 최대로 증가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물가를 염려해 긴축정책을 씀으로써 금리를 두자릿수로 인상시켜도 된다는 금융경제이론은 기업을 어렵게 하고, 실업률을 높게 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2000년에 경제성장률 6% , 물가3% 상승을 목표로 세우고 있는데, 그보다는 작년처럼 1200원 내외의 환율과 한자릿수의 금리를 유지한다면 성장률 9%, 실업률 및 물가상승률을 3% 내외로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잠재성장률(완전고용을 가정한 적정성장률)’이 6%라고 계산하고 성장이 6% 이상이면 물가상승으로 연계된다는 가정은 98년의 마이너스 성장과 높은 실업률을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본다. 2000년의 성장률이 10%가 되더라도 1997∼2000년의 성장률은 4.4%에 불과하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국내외의 외환투기자금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정부는 정책적으로 개입해 환율을 1200원선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방 선진7개국(G7)들도 서로 상의하여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투기에 막대한 손해를 주는 견제를 한 사례가 많이 있다는 것을 참고로 말해 둔다.

장영식<한양대 석좌교수·전 한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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