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선근/'흙 살리기' 운동 시급하다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흙이 죽어가고 있다.

농업은 흙의 생산력을 이용한 산업이다. 당연히 흙이 죽으면 아무리 좋은 비료를 개발하여 사용해도 양질의 농산물을 재배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의 농토는 생활오수와 폐기물 투입에 의한 오염, 산성비에 의한 양분 손실, 시설농업에 따른 환경변화, 비료에 내성(耐性)이 생긴 다수확 품종의 육성보급에 따른 과비(過肥)영농, 다비성(多肥性) 소득작물의 연작에 따른 양분불균형, 시비(施肥)기술과 토양관리의 부적절에 따른 토양 퇴화 등으로 흙의 생명이 심각한 위기에 이르고 있다. 현재는 백약이 무효한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흙 살리기 구호를 아무리 외쳐도 구체적인 실천이 없으면 흙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 죽어가 종국에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흙을 살리기 위해 유의할 점은 일차적으로 화학비료의 시비량 조절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대체적으로 미국의 4배,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2배 이상의 비료를 사용해 왔다.

화학비료는 1930년 흥남질소비료공장이 가동되면서 생산이 시작되어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제조 공급되면서 농산물 증산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질소 인산 칼리 성분으로 구성되는 화학비료 없이는 농산물의 질과 양을 보장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지나친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에 비료 성분이 과다하게 축적되어 질소 성분이나 염류 농도가 상승하고 이로 인해 농산물의 초기 생육이 억제되는 현상 등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토양에서 재배된 작물은 수량의 감소는 물론 저장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품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통적인 유기농법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화학비료 대신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여 농사를 짓는 방법이다. 그러나 유기농법은 최근 상당히 활용되기는 하지만 화학폐기물을 활용한 저질 퇴비나 과다한 가축분뇨 사용 등 유해한 유기질 비료로 인해 오히려 토양 파괴를 자초하는 심각한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양질의 유기질 비료라 하더라도 비료성분인 질소 4%, 인산 1%, 칼리 1%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막상 유기농법만으로는 흙은 살릴 수 있을지 모르나 수확이 대폭 감소하는 엄청난 시행착오를 유발할 수가 있는 것이다.

토양을 살리기 위한 단 하나의 방법은 철저한 토양검사와 관개수(灌漑水)의 오염측정과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책임 있는 생산업자나 농협과 같은 전문기관의 지도 아래 제조된 퇴비, 생석회 등을 잘 배합해 토양을 중화하고 치료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한 비료 성분은 적절한 양분을 줄 수 있는 BB(Bulk Blending)비료나 저인산 복합비료 등으로 보충하여 작물을 재배할 때 비로소 건전한 농산물의 생산과 토양환경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흙살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임무는 식량생산과 환경보전을 위하여 지속적이고 건전한 토양을 유지하는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흙살리기 운동이 자칫 친환경농업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전체 농업을 유기농업화 혹은 원시농업으로의 환원 등 농산물의 수익성이나 품질개량을 고려하지 않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없지 않다.

새 시대에는 새 농법의 적극적인 개발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죽어가는 흙을 살려 내고 21세기에 걸맞은 고품질 농산물 개발에 필요한 대안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세계무역기구(WTO) 시대를 맞아 세계경쟁에서 승자가 되는 방도요, 대안이 될 것이다.

흙을 살리자.

송선근<남해화학(주)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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