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로비 라카토쉬, '왼손 스타카토' 서울에 첫선

  • 입력 2000년 1월 26일 19시 08분


세계 최고권위의 바이올린 경연인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있었던 일. 채점표를 메꾸느라 신경이 날카로와져 있던 동료 심사위원들을 향해 바이올린 대가 피에르 아모얄이 외쳤다. “자, 오늘 일은 끝났고, 이제 모두 로비 라카토쉬의 연주를 들으러 갑시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얼굴을 활짝 펴고 손뼉을 쳤다. 늘 심각한 표정의 이다 헨델, 20세기 바이올린계의 전설이었던 예후디 메뉴인도 여기 동참했음은 물론. 메뉴인은 “브뤼셀에 볼 일이 있다면, 오로지 라카토쉬의 연주를 듣기 위해서이다”고 말했다.

세계적 바이올린 대가들을 매료시킨 라카토쉬란 누굴까? 놀랍게도 그는 브뤼셀 ‘라카토쉬 식당’에서 연주를 펼치는 ‘식당 바이올리니스트’다. 헝가리 집시 출신인 그의 집안은 7대조야노슈 비하리 부터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쳤다.

비하리의 빛나는 집시 바이올린 연주는 프란츠 리스트를 자극시켜 ‘헝가리 광시곡’을 쓰게했고, 브람스에게는 ‘헝가리 춤곡’을 쓰는 자극제가 됐다.

7대손 로비 라카토쉬는 이 집안의 남다른 바이올린 이력에 새 장을 열었다.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를 사사, 재즈 바이올린 연주에 있어서도 1인자가 된 것. 특히 ‘왼손 스타카토’는 그의 호화로운 기교를 나타내는 대명사다. 지판(指板)을 짚는 왼손으로 어떻게 줄을 뜯을까?

클래식으로도, 재즈로도, 민속음악으로도 분류하기 힘든 그의 음악은 이제 세계 최고명성의 클래식 음반레이블인 DG사에서 음반으로 나오고 있다.

라카토쉬와 그의 밴드는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연주를 갖는다. 브람스 ‘헝가리 춤곡 5번’ 등 클래식 소품과 라카토쉬의 자작곡 ‘미스터 그라펠리’ 등 15곡을 연주한다. 02-585-2396 (매직캐슬)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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