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시장 가는길]호가 일치돼야 매매체결

  • 입력 2000년 1월 9일 20시 35분


주식거래 제3시장의 개설이 2월말 또는 3월초로 임박했다.

제3시장은 증권거래소 및 코스닥과 같은 정규시장이 아니다.

당초 제3시장 개설 목적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에게 주식매매의 기회를 주어 일정한 환금성을 보장해주자는 데 있었다.

그러나 현재 투자자들은 제3시장을 두고 성장성 높은 중소기업의 주식을 미리 사뒀다가 나중에 엄청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제3시장에 대한 성격규정과 기대는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르다.제3시장을 점검해본다.

▽세금은〓제3시장은 장외시장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내는 게 ‘원칙’이다. 흥미로운 점은 세금을 자진납부토록 돼 있다는 것. 국세청에 적발만 되지 않으며 현재의 장외시장처럼 과세에서 빠져나갈수(탈세) 있다는 말이다. 이와관련 사채시장관계자들은 “사실상 아무 규제장치가 없는 제3시장에서 그나마 ‘국세청이 감시중’이라는 형식적인 통제의지마저 없다면 시장은 엉망이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세청이 모든 거래에 대해서 세무조사에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대해 금융감독원 조영제(趙英濟)현물시장과장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은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엄격한 규제를 하고, 대신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예외적인 혜택을 준 것이다”고 말했다.

▽제3시장의 성격〓조 과장은 “제3시장의 기본적인 성격은 ‘중고차 삽니다, 팝니다’식의 생활정보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매매 주문을 한데 모아 보여주는 게시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과 증권업협회 관계자들은 제3시장이라는 저널리즘적인 용어보다는 OTC BB(Over The Counter Bulletin Board)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말하자면 ‘장외시장 게시판’인 셈. 게시판과 (정규)시장의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매매체결 방법. 예컨대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는 ‘5000원에 팔겠다’는 주문과 ‘6000원에 사겠다’는 주문이 들어오면 5000원에 매매를 체결시킨다. 이를 다자간 경쟁매매라고 부른다. 그러나 제3시장에서는 호가가 일치하지 않으면 매매가 체결되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문은 체결되지 않는다. 다른 매수희망자에 비해 더 높은 매수호가를 제시하더라도 매도희망자의 매도호가와 일치하지 않으면 매매가 체결되지 않는 것.

이에대한 개선안으로 일부 증권사는 매수주문보다 싸게 나온 매도주문을 자신들의 계정에서 사들인 뒤 곧바로 매수희망자의 호가에 맞춰 주가를 높게 조정해 파는 차익거래를 위한 시스템 마련에 착수했다.

▽준비상황=제3시장을 위한 호가중개시스템은 이달초 완성이 됐다. 이 시스템을 시험운용한 뒤 증권예탁원의 결제시스템과 증권업협회의 관련 규정이 제정되는 대로 제3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시기는 2월중이나 3월초로 예상된다. 의향서를 보냈던 200여 기업가운데 ‘우리는 제3시장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보낸 곳은 9일 현재 2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일단 50여개 정도의 기업이 지정(제3시장에서는 상장이나 등록이라는 용어대신 ‘지정’이라는 말을 쓴다)돼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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