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스튜어트 리틀]"디지털 생쥐가 가족이 됐어요"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54분


21세기 영화에도 ‘진짜 배우’가 필요할까? 영화 ‘스튜어트 리틀’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작품이다. 실제 주인공 리틀의 정교한 모습은 ‘사람 배우’와 컴퓨터가 만든 ‘디지털 배우’의 구분이 무의미함을 보여준다.

‘스튜어트∼’는 어린 생쥐 스튜어트가 리틀 부부(휴 로리,지나 데이비스 분)에게 입양된 뒤 진정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때까지 겪는 갈등과 모험을 그린 작품. 이야기는 해피 엔딩의 어린이용 동화처럼 진부하다. 스튜어트는 리틀가의 외아들 조지(조나단 립니키)의 냉대와 ‘영원한 숙적’ 인 고양이 스노우벨의 음모로 집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스튜어트로 상징되는 이 작품의 기술적 성과와 파격적인 설정은 줄거리의 진부함을 압도한다. 무엇보다 리틀 부부는 왜 인간의 아이를 제껴두고 하필 생쥐를 입양했을까? 영화 어디에도 관객을 위한 친절한 설명은 없다. 그러면서도 스노우벨과 조지를 뺀 나머지 출연자들은 쥐의 입양에 놀라움 이상의 거부감은 없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라이언 킹’을 연출한 롭 민스키 감독은 심지어 영화 곳곳에서 “겉모습이나 종(種)은 중요하지 않다”며 ‘미래형’ 가족애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에 ‘21세기형’이라는 수식어가 가능한 것은 기술적 성과 외에도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있기 때문이다. ‘쥬라기 공원’의 T 렉스나 ‘스타워즈 에피소드Ⅱ’의 자자 빙크스 등 과거 영화에도 수많은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을 빛내는 주변 존재에 불과했다. 스튜어트는 미래세계를 다룬 SF나 ‘토이 스토리’ 류의 애니메이션도 아닌, 현실 세계를 무대로 한 작품에서 당당하게 주인공이자 가족의 구성원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시나리오는 ‘식스 센스’를 연출한 M 나이트 샤말란이 썼다. 스튜어트와 스노우벨의 목소리 연기는 각각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와 나단 레인이 맡았다. 8일 개봉. 모든 연령층 관람가.

▼'스튜어트' 어떻게 탄생?▼

영화 속 주인공인 생쥐 스튜어트의 ‘부모’는 디지털 프로덕션 ‘이미지 웍스’의 존 딕스트라 팀. 이 팀은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실물보다’ 정교한 생쥐를 탄생시켰다. 스튜어트의 체격은 키 9㎝에 몸무게 0.35㎏. 하지만 이 작은 캐릭터를 만드는 데 전체 제작비 1억달러 중 6000만 달러(약 72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사람 배우’를 위협한다는 평가를 받는 스튜어트의 탄생은 캐릭터 디자인-모형제작-주물제작-디지털 작업 등 크게 4단계로 이루어졌다. 제작진을 가장 괴롭힌 것은 털이 북실북실한 쥐의 모습을 실감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제작진은 스튜어트의 머리와 옷 밖으로 노출된 꼬리와 손털 등 90여만개의 털을 컴퓨터 작업으로 처리했다. 놀라운 것은 이 솜털들이 스튜어트가 고양이 스노우벨을 피해 도망칠 때면 바람 방향에 따라 움직이고, 물에 젖으면 반짝이면서 빛을 낸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마지막으로 이 캐릭터와 영화 속의 다양한 장면들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했다. 고양이 스노우벨과 떠돌이 몬티는 캐릭터가 아니라 고난도 훈련을 받은 ‘고양이 연기자’. 그러나 이들의 연기만으로 말하는 장면이나 얼굴의 다양한 표정을 담기 어려워 고양이 안면과 입모양 등을 합성한 ‘하이퍼 리얼리즘’ 기법을 활용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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