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이래서 강하다/EC]인터넷접목 후발기업 급성장 가능

  • 입력 2000년 1월 4일 19시 42분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예산을 다 날려버릴 수도 있어.”(포트럭)

“그래도 우리는 항상 비용을 잘 맞춰왔잖아.”(슈와브)

“그렇지만 꼭 지금 할 필요는 없어. 일년을 고생할지도 몰라.”(포트럭)

“(잠시 침묵 끝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언제하느냐만 남아 있을 뿐이야. 늦을수록 어려워.”(슈와브)

97년 가을 찰스 슈와브 증권회사의 설립자인 찰스 슈와브 회장과 데이비드 포트럭 공동사장이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운명의 선택을 앞둔 최고경영진의 이 대화는 불과 1,2년만에 세계의 주식거래방식을 혁신한 역사적 결정으로 이어진다.

98년 1월15일 이 회사는 온라인 주식거래를 전면 도입하고 수수료(fee)를 29달러95센트의 단일요금으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가격인하였다. 당시의 지점 수수료도 80달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투자자들이 얼마나 온라인 주식거래에 참여할지도 불확실한 상태였다. 당분간 1억2500만달러까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었다.

그래도 슈와브회장은 결단했다. 만약 인터넷이 상거래에 도입된다면 직접 물건을 실어나를 필요가 없는 주식거래가 가장 적합한 분야다. 더구나 존재는 미미하지만 E트레이드 같은 저가 온라인 주식거래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그는 판단했다.

처음엔 손실을 봤다. 98년 1·4분기 동안 수입이 3%, 회사의 주가가 9% 떨어졌다. 그러나 반등은 시간문제였다. 온라인 주식거래로 보다 많은 주문을 보다 빨리 처리할 수 있었다. 연간 1억달러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반향이 컸다. 97년말 3540억달러였던 고객예치 자산규모가 지난해 12월 24일에는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 2년 사이 두배로 증가했다.

이로써 회사설립 25년만에 뉴욕의 월가도 아닌, 캘리포니아주의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군소 증권사가 5대 증권사의 하나로 컸다. 온라인 주식거래에서는 단연 선두가 됐다. 세계최대 증권사인 메릴린치도 슈와브의 맹추격에 위협을 느끼고 당초 계획보다 6개월이나 빠른 지난해 6월 슈와브와 같은 29달러95센트에 온라인 주식거래를 도입했다.

미국경제가 강한 것은 이처럼 후발주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선두를 추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경제는 곧 신규기업의 등장과 선두탈환의 역사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IBM을,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기존 대형 서점체인 반스앤노블스를 추월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슈와브는 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 지난달 브라질 중견은행 뱅코 브레데스코 S A가 온라인 주식거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두배 이상 뛰었다. 이를 미국과 브라질 언론은 ‘찰스 슈와브 신드롬’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인터넷과 주식거래를 접목한 것만으로 슈와브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슈와브는 가장 먼저 영업사원 커미션(투자중개료)제를 폐지하고 봉급제를 도입했다. 담당직원이 커미션 액수에 신경을 쓰면 투자의 객관성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고객들의 우려를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24시간 전화 주식거래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더욱 특기할 만한 것은 인터넷시대와는 거꾸로 점포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 자신이 인터넷 시대를 앞당겼지만 앞으로의 성패는 결국 인간적 접촉을 통한 고객의 신뢰확보에 달려 있다는 게 슈와브의 미래전망이다.

▼매디슨 슈와브社부사장 "세계증시 인터넷혁명 주도 자부심"▼

찰스 슈와브사(社) 글렌 매디슨 홍보담당 부사장은 요즘 숨돌릴 사이가 없다. 99년 4·4분기 경영실적 예상치가 시장의 예상을 훨씬 웃돌아 연말 막판 주가상승을 촉발하면서 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졌기 때문.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창립 이후 가장 바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찰스 슈와브는 바깥에서 월가를 공략하고 있는데….

“월스트리트의 도로포장을 새로 하고 있는 격이다. 지난 100년간에는 세가지 물결이 있었다. 첫째, 골드만삭스가 1929년 대공황 이후 투명한 기업회계 제도도입을 주도해 주식시장의 신뢰를 높인 것. 둘째, 메릴린치가 제2차세계대전후인 1947년 기업정보공개를 유도해 일반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 셋째는 증권사가 아니라 투자자의 입장에서 주식거래를 다시 규정하는 것이다. 셋째 혁명은 인터넷을 통해 본격화되고 있고 우리가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공비결은….

“고객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객들의 돈을 만진다. 고객들이 믿고 돈을 맡기기 위해서는 신뢰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인터넷보다 고객과 동반자관계를 쌓는 일이 더 본질적이다. 우리는 어떻게 돈을 버느냐보다 고객에게 옳은 것이 무엇이냐를 먼저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가 돈을 버는 비결이다.”

-기업이념이 따로 있는가.

“슈와브회장이 평소 직원들에게 말하는 대로 ‘모든 국민이 기업의 소유과정에 참여하고 투자하도록 권유한 기업으로 역사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자본조달을 쉽게 하고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홍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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