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체질 중시 '한방'이 대접받는다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36분


디지털문명으로 치닫는 새 천년, 한방은 살아남을까?

서울대 생화학과 서정선교수는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한방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치료법을 적용해온 서양의학이 개인의 유전자 특성을 중요시하는 치료로 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설명.

이는 곧 개인의 특성, 즉 체질을 중요시 하는 한방의 사상의학(四象醫學)개념이 서양의학에 도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꼽히는 미국 로체스트 메이오클리닉의 의사가 “당신은 태양(太陽)체질, 아내는 소음(小陰)체질이므로 같은 독감이라도 다른 약을 처방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서교수는 “지금까지는 병소 부위를 치료하면 몸이 괜찮아진다는 ‘버텀 업’사고에 근거해 환자를 진료했지만 21세기엔 몸 전체를 좋게해서 병을 낫게 하는 ‘톱 다운’사고가 각광을 받게 된다”며 “이는 한방의 원리와 상통한다”고 덧붙였다.

경희대 한방병원 조기호교수(2내과)는 “21세기에 한방은 대체의학의 장점을 수용해 양방의 단점을 메어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특히 노인의 복합질환이나 식이요법 등에서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후생성에서 1996년 발표한 ‘21세기 동양의학의 과제’는 한방의 미래를 보여준다. △2008년 뇌혈관질환 치매 예방 한약 상품화 △2009년 일반 병원에 동양의학의 원리를 반영한 음식 보급 및 골다공증 예방 한약 상품화 △2013년 노령화에 대한 한약 치료 등이 그것.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 의료정책목표를 밝힌 바 없기 때문에 일본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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