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은 버리고 가자]김상종/겉도는 '환경보호'

  • 입력 1999년 12월 13일 19시 56분


학교 뒤에 있는 관악산에 올라가 서울시내를 내려다볼 때마다 절망감과 암담함에 젖어든다. 해가 갈수록 도시를 덮고 있는 회색층의 매연과 먼지더미의 두께가 점점 더 두꺼워져 바로 코 앞의 63빌딩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우리나라 어린아이들에게 유행하는 무균성 뇌수막염의 원인바이러스나 환경호르몬이 수돗물에 오염되어 있고 숨쉬는 공기 속에 발암물질이 섞여 있다는 새로운 사실들이 끊임없이 밝혀지고 있다.

사람들이 재배 양식하는 야채 과일 육류 생선 유제품 등을 대할 때마다 농약 중금속 항생물질 성장호르몬 병원성미생물 환경호르몬 등 여러가지를 걱정하여야 한다. 워낙 여러 문제가 자주 터지니까 이제는 사람들이 만성이 되어 가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한 삶을 지켜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어 절망하고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개발-富창출에만 관심▼

환경운동단체가 회원가입을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광고까지 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국민은 환경문제에 대하여 이토록 절망하고 포기하게 되었을까.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 위주의 가치관 때문이다.

환경문제는 인구증가로부터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남한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지역에 지속적으로 신도시를 개발하여 인구집중을 앞장서서 유발시키고 있고 국민은 이를 아파트 평수를 늘릴 수 있는 호기로 이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지역의 교통혼잡으로 인한 대기오염의 심화는 물론 부족한 물을 확보하기 위하여 시화호를 만들고 동강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게 마련이다.

싼 값에 농지를 구입해 신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이에 따르는 부의 창출에만 관심이 있지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삶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생태계 파괴 문제는 일부 환경단체의 몫으로 남겨진다.

조금이라도 더 수확을 늘리기 위해 농약을 여러번 뿌리지만 자기 자식들에게는 농약을 뿌리지 않고 따로 농사지은 농작물만 권한다는 얘기에서도 돈의 가치가 무엇보다 앞서 있는 세태를 엿볼 수 있다. 국가나 국민이나 경제적 가치가 우선하니 환경문제같은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한심한 정치인들 탓만 할 수도 없다. 입으로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막상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경제우선을 선택하는 이중적인 가치관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한 국제사회에서 환경후진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길이 없다.

▼인간의 생존 위협▼

그러나 21세기에도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환경문제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땅과 물과 공기가 극도로 오염되어 자연 생태계의 퇴행이 드러나고 있는 현실은 조만간 인간도 이 땅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의 경제우선 가치관에서 탈피하는 작업을 새천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다양한 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이 자연의 이치임을 깨우치게 하는 진정한 교육을 통한 가치관의 변화만이 우리에게 희망의 싹을 키워줄 수 있다.

김상종(서울대교수·미생물학)

《다음회 필자는 미국 워싱턴 타임스지 서울특파원을 지낸 뒤 지금은 홍보대행사 메리트 버슨―마스텔러사의 부사장으로 일하는 영국인 마이클 브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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