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실전강좌]"무엇을 묻고 있는가 알면 반은 성공"

  • 입력 1999년 12월 7일 18시 29분


다음 질문은 무엇을 묻고 있는 것인가.

질문:우리나라에 이발사는 몇명이나 있을까?(99학년도 서울대 학교장 추천제 구술고사)

답변 1:글쎄, 한 1만명쯤 될까.

답변 2:알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지식을 배우지도 않았고 앞으로 필요하지도 않다.

답변 3:우리 아버지가 이발사인데, 한 5만명쯤 된다고 하더라.

답변 4:성인 남성 2000만명이 한달에 한번 이발을 하고, 이발사 한명이 하루 10명을 이발한다고 가정하면….

◆결론 도출과정 물어

서울대 입학생이 이발사의 수를 알아서 뭣하겠는가. ‘몇 명’에 초점을 맞춘 답변 1,2,3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답하기 전에 출제 의도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답변 1은 수험생의 ‘사고력’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질문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할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답변 4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답변의 방향이 올바르면 논리나 문장이 다소 서툴러도 평균 정도의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아무리 명문장을 구사해도 출제 의도를 잘못 파악하면 평균 점수도 얻기 힘들다. 즉 좋은 답안과 나쁜 답안을 가르는 첫번째 갈림길은 ‘출제의도 파악’여부다. 따라서 출제의도 파악에 시험시간의 10% 정도는 할애해야 한다.

출제의도 파악은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물음 분석 △제시문 분석 △물음과 제시문의 연결이다. 물음이 길다고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흔히 질문의 핵심은 ‘물음의 마지막 문장’에 있다.

◆시험시간 10% 할애

98학년도 서강대 문제는 신(神)의 존재 여부에 대해 400자 정도로 설명한 뒤 마지막 문장에서 ‘신과 인간, 선악(善惡)과 생사(生死)에 관한 바람직한 태도’를 물었다. 이 경우 앞의 긴 설명에 현혹돼 ‘신의 존재 여부’에 치중하기 쉽다. ‘신과 인간, 선악과 생사’에 대한 서술자의 태도가 핵심 논제가 돼야 한다.

지난해 서울대 논술의 경우 물음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를 고려하여, 대아(大我)를 강조하는 ㈏의 견해에 대해 어떤 의의와 문제점이 있는지 논술하시오.

◆질문 마지막에 핵심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것은 ‘①㈎를 고려할 것 ②㈏의 의의 ③㈏의 문제점 ④㈏는 대아(大我)를 강조함’이다. 이 네가지가 논술문에 드러나 있으면 방향을 옳게 잡은 것이다.

물음의 마지막 문장에서 여러가지를 요구할 경우 대개 끝 부분이 핵심이 된다.

실옹(實翁)이 보여주는 과학교사로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교사의 상을 제시해 보라.(98학년도 고려대)

이 문제의 요구 사항은 ①실옹의 과학교사로서의 장단점 분석 ②바람직한 교사상 제시이다. 이 경우 ②가 결론이 돼야 한다. 실옹의 장단점을 찾고 단점 비판과 장점 부각을 통해 바람직한 교사상으로 연결지으면 된다. 실옹의 장단점에 치우치면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식의 상투적인 결론이 나오게 된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gopoo@chollian.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