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광역단체장 판공비 올려야 하나?

  • 입력 1999년 11월 15일 20시 04분


전국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단체장 판공비를 올해보다 30∼43% 증액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각 지자체는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 따라 30% 삭감한 부분을 다시 원상회복한 것일 뿐 무리한 증액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지방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장의 판공비를 크게 올린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 증액 현황 ▼

서울시는 최근 시장 판공비(기관운영 업무추진비)를 2억5200여만원으로 책정한 내년도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는 올해 1억7600여만원보다 43% 늘어난 액수.

부산시와 경기도는 각각 올해 1억26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나머지 대부분의 시도는 1억640만원에서 1억5200만원으로 30∼43% 증액했다.

기관운영추진비와 함께 단체장이 판공비로 일부 사용할 수 있는 시책추진업무비 역시 40% 이상씩 늘어났다.

서울시의 경우 59억원에서 80억원으로, 부산시와 경기도는 14억원에서 19억원으로, 나머지 시도는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려 예산을 짰다.

시책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책정된 시책추진업무비는 사업목적에 따라 실국별로 나눠 쓰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단체장 개인의 판공비는 아니다. 그러나 단체장들은 대부분 총 시책추진업무비의 40∼50%를 끌어다 판공비로 쓰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기관운영추진비 1억5200만원 외에 시장 판공비로 시책추진업무비 중에서 6억원을 할당했다.

이는 인천시의 내년도 시책추진업무비 12억5200여만원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 증액이유 ▼

단체장 판공비 대폭 인상에 대해 각 시도 관계자들은 ‘인상이 아닌 원상회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행정자치부로부터 ‘올해 판공비 예산을 30% 이상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나 올해는 삭감지침이 없어 규정에 정해진 액수만큼 다시 환원했다는 것.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세수가 IMF관리체제 이전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올해는 삭감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행자부 지침은 상한선을 정해준 것일 뿐 그 안에서 판공비를 얼마나 쓰는지는 지자체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재정상황에 대한 고려나 절감노력 없이 무조건 상한선을 채우는 식으로 판공비 예산을 짜고 있는 것.

충북도 관계자는 “다른 예산과 마찬가지로 판공비도 행자부가 정해주는 상한선을 꽉 채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경우 내년도 단체장 전체 판공비를 3억5200만원으로 책정해 올해 판공비 3억6600만원보다 소폭 삭감했다.

대구시 예산담당관은 “대구시 재정이 악화된 상황을 감안해 ‘꼭 필요한 업무에만 판공비를 쓰자’는 시장의 방침에 따라 판공비를 삭감했다”고 말했다.

▼ 시민반응 ▼

시민단체들은 단체장들이 판공비를 대부분 소모성 경비로 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 지자체가 행자부의 지침을 핑계로 판공비를 사실상 인상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올 8월 말까지 시장이 사용한 판공비 3억6200만원 가운데 간담회 등 명목의 밥값이 1억9380만원으로 약 53%를 차지하고 있다.

하승수(河昇秀)변호사는 “재정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일부 시도까지 판공비를 특별한 이유 없이 30% 이상 인상한 것은 자신의 몫만 챙기려는 안이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박종훈(朴鍾勳·46)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판공비가 크게 부족하다는 일부 지자체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도 판공비를 어디에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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