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고려대 안암병원 모발성형팀

  • 입력 1999년 11월 2일 19시 48분


머리에서 붕대를 푼 김모씨(25·충북 청주시)는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다.

“자, 거울을 보세요.”

의사의 말에 눈을 뜬 김씨. 거울을 보자마자 그는 무릎에 얼굴을 묻고 ‘억억억’ 울었다. 20세때부터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그에게 여자친구나 취직, 결혼은 남의 얘기였다. 그러나 지금 거울속의 자신은 25세가 분명해 보였다.

▼생존? 생활?▼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모발성형클리닉의 안덕선(46) 구상환교수(40)팀. 95년 1월 1일 첫 진료를 시작한 이래 600여명의 남성에게 ‘살 맛’을 되돌려줬다. 96년에는 국내 최초로 대머리를 유형화해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구교수는 말한다.

“머리숱이 없어서 병원에 실려오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마음을 다친 것이다.”

▼왜?▼

유전적 요인+20세 이후 피부 노화+남성호르몬의 과다분비, 이 3박자가 맞으면 남자는 대머리가 된다. 한가지만 빠져도 대머리는 되지 않는다. ‘내시’에는 대머리가 없다.

치료약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효과를 인정한 바르는 약 ‘미녹시딜’과 먹는약 ‘프로페시아’가 있지만 약을 끊으면 3, 4개월 뒤 다시 머리가 빠진다.

▼수술▼

“빠져라!”는 호르몬의 명령에 옆쪽과 뒷머리카락은 따르지 않는다. 이쪽 머리카락 뿌리(모근)에는 남성호르몬에 반응하는 인자가 없기 때문. 이 곳의 모근을 떼어다가 벗겨진 앞 부분에 심으면 평생 머리가 빠지지 않는다. 이게 모발이식술. 심하지 않은 M, C형 대머리에 쓰는 방법이며 비용은 심는 면적에 따라 200만∼600만원선.

피판이식은 머리가 많은 부위의 피부를 2㎝×7㎝ 정도로 잘라서 머리가 없는 부위에 ‘기워 넣는’ 것. 잘라낸 부위는 주위의 피부를 당겨서 꿰매 흔적을 없앤다. 500만∼600만원.

좁은 U, O자형 대머리는 머리카락이 없는 부위의 피부는 잘라내고 옆머리의 피부를 당겨서 꿰매는 두피축소술을 쓴다. 피부는 늘어나도 계속 새 살이 생기기 때문에 기능에는 이상이 없다. 수술비 100만∼150만원.

폭 넓은 U자형 대머리지만 양 옆머리의 숱이 많은 사람은 두발재건술을 쓴다. 양 옆 머리 피부 아래에 두개의 풍선을 이식한 뒤 2개월여간 풍선에 물을 넣어 부풀려서 피부를 늘린다. 그 다음 풍선을 빼고 늘어진 피부로 대머리를 덮어 꿰매면 치료 끝. 800만∼850만원. 김씨는 이 방법으로 수술을 받았다.

▼정신과에서도 치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열린 국제모발성형학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대머리 100명 중 수술을 받을 만큼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겨우 1명.

이교수는 “상당 수의 내원객은 정신과 상담만으로 대머리가 ‘치료’된다”며 “지금 갖고 있는 고민이 대머리 때문인지, 괜히 대머리 탓을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고 치료를 결정하라”고 말했다. 02-920-5440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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