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개화식물 조상은 암보렐라"

  • 입력 1999년 10월 31일 21시 25분


지구상의 식물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가장 중요한 개화식물은 어떻게 해서 처음 생겨나게 되었을까? 이 질문은 다윈이 ‘지긋지긋한 수수께끼’라고 불렀을 만큼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100여년 이상 이 문제에 관해 가설을 세우고 논쟁을 벌여온 진화 생물학자들이 마침내 답을 찾아냈다.

식물의 DNA를 연구하던 4개의 연구팀이 각각 독자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이 문제에 대한 똑같은 답을 얻어냄으로써 개화식물의 등장이라는 수수께끼를 풀고 나무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군(群) 3개를 알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전문 사이언스지는 이번 호에서 이 4개 연구팀 중 하나의 연구결과를 게재할 예정이다.

가장 오래된 3개의 식물군은 수련, 향료 식물인 스타 아니스의 친척이 되는 식물들, 그리고 암보렐라로 대표되는 또 하나의 식물군이다. 이 중에서 마지막 식물군이 가장 오래된 것이며, 이 식물군에 속하는 식물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암보렐라밖에 없다.

암보렐라는 남태평양에 있는 뉴칼레도니아 섬에서 발견되는 보잘것없는 덤불의 이름이다.

이 3개의 식물군을 판별해서 새로운 계통수를 그릴 수 있게 됨으로써, 식물학자들은 이제 꽃과 열매 등 개화식물의 중요한 특징들이 진화해온 과정을 정확하게 되짚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디애나대에서 분자진화생물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4개의 연구팀 중 한 팀의 일원인 제프 파머 박사는 “여러 팀의 연구결과 서로 상충되는 결론이 나와서 결국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면서 “이번에 4팀이 모두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네 연구팀이 이번에 밝혀낸 새로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학자들은 개화식물의 조상이 덤불이나 덩굴과 비슷한 나무 종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학자들은 또, 오늘날의 개화식물에서는 꽃의 여성형 번식기관이 아주 매끈한 구조를 하고 있는 데 비해, 이 고대의 식물에서는 꽃의 여성형 번식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들이 끈끈한 분비물에 의해 서로 붙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네 연구팀은 개화식물의 계통수를 결정하고 가장 오래된 식물군을 찾아내는 문제에 관해 각각 조금씩 다른 접근 방법을 택했다. 워싱턴대의 디크울름스테드 박사와 앨버타대의 숀 그레이엄 박사는 서서히 진화하는 유전자를 상당수 연구했고, 워싱턴주립대의 더글러스 솔티스 박사와 파멜라 솔티스 박사 부부는 비교적 적은 수의 유전자를 다양한 식물들 속에서 관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한편 사이언스지에 실릴 논문의 저자인 하버드대의 사라 매튜스 박사와 마이클 도너휴 박사는 초기의 개화식물들 속에서 스스로를 복제한 유전자를 연구함으로써 개화식물의 진화 연구에 길잡이가 되어줄 2개의 독립적인 지도를 작성했다. 완성된 2개의 지도는 서로 매우 비슷했다.

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어느 날 갑자기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꽃을 피워올린 식물이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개화식물의 기원을 밝혀내는 문제는 지금까지 너무나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학자들 중에는 네 연구팀이 밝혀낸 연구결과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개화식물의 초기 진화과정을 밝혀내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 있는 학자들에게 이번 연구결과는 커다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암보렐라로, 남태평양의 섬에 이름 없이 묻혀 있던 이 식물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일약 식물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파멜라 솔티스 박사는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사람들은 개화식물의 초기 진화과정에 대해 추측만을 할 수 있을 뿐이었으나 이제는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102999sci―flower―evolu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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