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印尼 민주정부에 거는 기대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인도네시아에 압둘라만 와히드 대통령이 이끄는 새 민주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지 54년만이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32년간 독재정치도 겪었다. 갖은 시련과 억압을 이겨온 인도네시아 국민이 민주주의 정부를 갖게 된 감회는 남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새 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우선 이번 대통령선거의 후유증이 심상치 않게 번지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낙선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후보를 지지하는 시위대가 군경과 충돌해 이미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는 보도다. 야당출신 대통령인 와히드가 어떻게 정국을 주도해 갈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부정부패의 척결이나 수하르토 독재정권의 잔재 청산도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다. 특히 군부의 동향이 관심거리다. 과거 독재권력의 비호세력이었던 군부가 정치의 전면에 재등장한다면 인도네시아는 다시 한번 민주화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종교적 갈등 역시 어느 곳보다 심각한 곳이 인도네시아다. 여기에 국내 일부 분리주의자들은 동티모르처럼 항상 기회를 노리며 반기를 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신들은 와히드 신임대통령의 좋지않은 건강상태도 염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안정과 민주화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장기 독재정권의 억압과 민주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는 그동안 우리와 정치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동남아시아의 주요 우방이다. 우리의 10대 교역국으로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연간 교역규모가 80억달러나 됐다. 현지의 우리 교민과 상사 주재원은 1만5000여명이나 된다.

더구나 최근에는 동티모르에 우리 국군이 가 있다. 인도네시아의 새 정부는 발빠르게 동티모르의 독립을 사실상 승인하는 등 국제 사회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고 있다. 그러나 동티모르 사태는 무엇보다 인도네시아의 정정(政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군을 파견한 우리로서는 인도네시아의 정치상황을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도네시아 국내정세를 보면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버릴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심정이다. 국제사회는 갓 출범한 와히드 정부가 민주화의 뿌리를 굳건히 내리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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