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北위성TV 시청허용]최완규/北선동 안통한다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정부가 북한 위성TV를 국내에서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북한의 선전선동에 현혹되지 않을 만큼 국민 수준이 높아졌고 현실적으로 북한방송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남 적화전략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방송이 안방에 들어오면 대북 경각심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북한 위성TV 시청 허용을 검토하는 것은 북한에 대해 우리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북한에 대해 방어적 태도를 유지한 것을 감안하면 대북정책이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재원이 드는 위성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체제 위신을 고양시켜 생존의 틀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시험방송 등에 나타난 위성TV의 내용을 보면 김일성 김정일과 체제 찬양, 북한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예술작품과 관광명소 소개, 대외 홍보 등이 주류를 이룬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남전략을 바꾸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위성방송을 허용하면 국익과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면서 북한 위성TV를 막을 뚜렷한 명분이 없다고 본다. 국민 의식수준이나 대북 인식에 비춰보면 우려할 만한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별로 없다.

남북간의 체제경쟁은 이미 결론이 났다. 비록 관계기관의 심의 등을 거친 것이기는 하지만 ‘남북의 창’ 등을 통해 일반 국민이 북한방송에 익숙해진 상태다. 선전 심리공세와 ‘사실’을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포용정책 논의과정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상응하는 대가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에 양보만 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복지사회 건설을 통해 탄탄한 국민통합을 이루고 북한 사회주의체제가 가질 수 있는 장점까지도 선점한다면 위험한 것만은 아니다. 과거 동서독 관계가 좋은 예다.

현재 북한 위성TV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시청만 하는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빈약하다. 따라서 언론사 연구기관 등에 먼저 개방하고 일반 국민에게 단계적으로 시청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청소년들이 내성(耐性)을 길러 북한사회의 허점과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선전공세가 두려워 시청을 막는 것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는 태도다.

최완규<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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