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인 북]‘어떻게 인간적 상황을 벗어날 것인가’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인간을 구속하는 금기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 핵심에서 ‘에로티즘’의 문제를 발견한 뒤 이를 꾸준히 파고들었던 조르주 바타유(1897―1962). ‘종교론’이라는 딱딱한 원제목을 가진 이 책은 ‘종교’라는 주제를 통해 금기와 구속의 문제에 접근했다.

하지만 ‘종교론’이라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종교의 정의나 본질, 역사, 종파 등에 관한 이야기를기대하는사람이라면실망할 수 밖에 없다. 한국어판 제목이 오히려 이런 오해를 줄여 준다.

바타유는 도덕 축제 종교 노동 전쟁 등의 소재들을 통해, 자유로워야 할 인간의 삶을 통제하거나 또는 그 통제의 질서를 무너뜨려 가는 방식을 파헤쳐 나간다. 그 목표는 금기와 구속의 한계선을 넘어서 종교적 원형의 ‘신성함’과 일치할 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다.

“사물의 질서는 지속을 위해 삶을 억제하지만 신성은 그것을 비등시키는 놀라운 폭발, 즉 폭력이다.”

이 세속의 질서를 유지하는 대표적인 통제장치 중 하나가 바로 ‘이원론적 도덕’이다. 바타유에 따르면 본래 신적인 세계 안에 있던 순수와 불순이라는 대립적 요소가 각각 신의 영역과 세속의 영역으로 나뉘면서 이원론적 도덕이 생겨난다. 이 이원론적 도덕은 바로 ‘속세의 작동과 지속’을 보장한다. 이에 반해 ‘축제’나 ‘제사’는 끊임없이 둑을 무너뜨리려고 위협한다. “축제는 내밀한 삶의 강밀한 열로 인해 사물과 개인의 구분이 녹아 없어지는 도가니”라는 것이다.

한편 인간은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부정하고 생산증대를 통해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며 스스로 자율적 사물이 되려 한다. 하지만 과잉 생산된 사물을 소비하는 대신 더 많은 생산을 위한 투자에 열중함으로써 “생산은 비생산적 소비에 종속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명료한 의식을 가지고 노동과 그 생산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산업사회의 통제를 부술 것을 제안한다. 조한경 옮김 158쪽 8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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